[딜사이트 김현호 기자] 카카오벤처스가 국민성장펀드 1차 출자 사업에서 낙방한 이후 2차에 곧바로 다시 도전장을 냈다. 다만 자기자본 규모는 업계 최상위권으로 꼽히지만 관계사 의존도가 높아 일반 경쟁형 출자 사업에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극복할 지가 변수다.
11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카카오벤처스는 국민성장펀드(간접투자분야) 정책성펀드 2차 출자 사업에서 AI·반도체 소형 분야에 지원했다. 이 분야 출자금은 540억원이며 운용사(GP)는 한 곳만 선발한다. 자펀드 목표 결성액은 1000억원이다. 카카오벤처스 외에도 SL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KT인베스트먼트 등 7곳이 지원해 경쟁률 8대 1을 나타냈다.
카카오벤처스는 앞서 1차 출자 사업 당시 생태계 전반 소형 분야에 지원했지만 숏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카카오라는 이름값에 자기자본 비율도 높아 재무적 안정성은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외부 펀딩 경쟁력 측면에서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다. 대신 아주IB투자와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가 GP 자격을 따내며 펀드레이징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벤처스의 탈락은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펀드레이징 경쟁력 저하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성장펀드가 정책성 자금을 바탕으로 운용사를 선별하는 '일반 콘테스트' 성격을 띠는 만큼 관계사 지원이 아닌 외부 LP 설득력과 운용 성과, 신규 펀드 결성 역량이 종합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 하우스는 과거 케이큐브벤처스 시절 두나무 투자로 수익률 100배에 달하는 성과를 거둔 이력이 있다. 이는 VC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후 시장이 인정할 만한 후속 트랙레코드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면서 정책자금 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지적을 얻는다. 과거 대표적인 레거시에만 의존할 환경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본 여력과 펀딩 능력 사이의 괴리도 지적된다. 카카오벤처스의 지난해 기준 자기자본은 4490억원으로 2024년과 비교해 약 2배 늘었다. 자기자본 규모만 놓고 보면 업계 톱티어 수준이다. 그러나 풍부한 자기자본이 곧바로 외부 LP 확보 능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카카오벤처스는 2021년 이후 결성한 펀드에 모두 관계사가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맥락에서 카카오벤처스의 정체성 논란도 다시 제기된다. 카카오벤처스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카카오 및 관계사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독립계 VC와 같은 외부 펀딩 경쟁력을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CVC가 아니라고 설명하면서도 실제 펀드레이징에서는 관계사 지원에 기대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기자본이 많다는 점은 안정성 측면에서 강점이지만 정책성 출자 사업에서는 외부 LP를 설득할 수 있는 트랙레코드와 펀드 운용 전략이 더 중요하게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2차 출자 사업은 카카오벤처스의 경쟁력을 재평가받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1차 사업에서 숏리스트 진입에도 실패한 만큼 AI·반도체 소형 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의구심은 더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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