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오토에버가 IT 3사 합병 이후 외형적인 성장을 이뤘으나 당시 공언했던 외부시장(Non-Captive) 매출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시스템통합(SI) 업계가 그룹사 물량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구조적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3사 글로벌 외부시장 개척 성과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 대규모기업집단현황 공시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의 지난해 내부거래 매출은 3조849억원으로 별도 기준 총매출(3조2500억원)에서 94.91%를 차지했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 2021년 현대오토에버를 존속법인으로 하고 내비게이션·정밀 지도 구축 계열사 현대엠엔소프트와 차량용 반도체·임베디드 소프트웨어 플랫폼 전문사 현대오트론을 흡수합병했다.
현대차그룹은 그룹 내 분산된 소프트웨어 역량을 통합해 급변하는 모빌리티 시장 경쟁에 대응하고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을 내세웠다.
하지만 그룹 의존도 완화 과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당시 합병 증권신고서를 보면 현대오토에버도 계열사 의존도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다. 보고서에는 "대외 시장 진출과 논캡티브 마켓 진출 등을 통해 계열사 매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향후에도 현대오토에버의 수익의 상당 부분이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를 통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현대오토에버의 사업은 계열사의 IT 투자정책에 따라 수익성이 변동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기재했다.
합병 이후 내부거래 비중은 일시적으로 낮아졌다. 합병 전 2020년 95.93%에 달했던 내부거래 비중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88.18%, 87.89%까지 떨어졌다.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외부 고객 비중이 높았던 현대엠엔소프트(2019년 내부거래 50%) 사업이 편입되면서 비계열 매출 규모가 확대된 영향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이후 내부거래 비중은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2023년 89.04% ▲2024년 90.49% ▲2025년 94.91%로 오르며 사실상 합병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물론 내부거래 비중 상승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해석하기 어렵다. 통상 그룹 차원의 IT 투자 확대는 계열 IT서비스 기업의 내부거래 매출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오토에버의 경우 일반 SI 기업과 달리 차량SW 개발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그룹의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 전략과 완성차 생산 확대 과정에서 수혜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이 같은 변화는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 전환과 글로벌 생산거점 확대에 따른 영향이 컸다. 통합제어기와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서비스(CCS),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관련 개발이 확대되면서 그룹 계열사 수주가 증가했다. 특히 현대차와의 단일 거래 규모는 지난해 1조678억원으로 국내 계열사 내부거래 매출 2조7112억원의 39.4%를 차지했다.
그룹의 해외 투자 확대도 내부거래 증가에 힘을 보탰다. 국외 계열사 거래액은 2021년 1383억원에서 지난해 5146억원으로 3.7배 증가했다.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HMGMA),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등 그룹의 신규 생산 및 연구개발 거점 구축 과정에서 발생한 IT 인프라 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오토에버는 국내 SI업계에서 유일하게 차량SW 사업을 하는 특수성이 있다"며 "주요 자동차 제조사는 개발역량을 내재화하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SI기업의 내부사업은 수출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합병 당시 내세웠던 논캡티브 매출 확대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외부 매출은 합병 첫 해인 2021년 1990억원에서 지난해 1652억원으로 17% 감소했다. 같은기간 전체 매출이 1조6850억원에서 3조2500억원으로 93%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외부 매출은 정체를 넘어 축소된 셈이다. 이에 따라 논캡티브 매출 비중 역시 11.81%에서 지난해 5.08%까지 하락했다.
거래 방식도 대부분 수의계약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계열회사간 IT서비스 매출 거래 현황'을 보면 지난해 국내 계열사 IT서비스 매출 2조2261억원 중 경쟁입찰 규모는 212억원(0.95%)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했다.
결과적으로 합병 이후 외형 성장의 상당 부분은 그룹 내부 수요 확대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당초 목표였던 외부 고객 다변화와 독자적인 시장 경쟁력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SW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과 품질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며 "사업 다각화도 지속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