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이재명 정부가 외산 인공지능(AI)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주권을 확보하겠다며 출범시킨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가 2차 평가를 약 두 달 앞두고 중대 기로에 섰다. '소버린 AI'를 내걸고 깐깐하게 적용한 독자성 기준이 정작 성능 상위팀을 떨어뜨리고 패자부활전 논란까지 부르면서 명분은 퇴색하고 누가 살아남느냐는 순위 경쟁만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형만 보면 독파모는 순항하는 듯하다. 지난 1월 독파모 1차 평가에서 생존한 LG AI연구원·SK텔레콤·업스테이지는 최근 정부 AI 전환 과정에서 공공 수주 성과를 내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자사 모델 '엑사원(EXAONE)' 기반으로 행정안전부 'AI 안전신문고'를 비롯해 외교부·경찰청·경기도교육청 사업에 참여 중이고 SKT는 국방부와 업무협약(MOU)을 맺어 국방 부문 AI 활용 첫 사업을 따냈다. 업스테이지는 오픈모델 '솔라'로 과기정통부 국가연구개발(R&D) 예산심의 특화 AI를 맡았다. 이를 두고 정부가 독파모를 공공 부문에 적극 활용하면서 소버린 AI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여기까지 오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독파모는 당초 5개 정예팀에서 출발해 6개월 단위 평가로 한 팀씩 탈락시키는 구조였으나 지난 1월 1차 단계평가에서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가 동시 탈락하면서 '4강 체제'를 전제로 한 일정 자체가 무너졌다. 특히 네이버클라우드는 성능 지표에서 상위권을 기록하고도 설계부터 사전학습까지 자체 수행해야 한다는 '독자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했다. 소버린 AI라는 명분을 지키려 들이댄 잣대가 정작 경쟁력 있는 팀을 솎아내는 역설을 낳은 셈이다.
정부는 곧바로 정예팀 1곳을 추가 선발하는 재공모를 꺼내들었지만 결과가 나온 뒤 선발 구조를 뒤집은 '패자부활전'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국가대표 AI 탈락'이라는 낙인을 우려한 네이버클라우드·NC AI·카카오·KT 등이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결국 재공모는 모티프테크놀로지스와 트릴리온랩스 두 스타트업의 2파전으로 치러졌고 지난 2월20일 모티프가 최종 선발됐다. 이로써 독파모는 LG AI연구원·SKT·업스테이지·모티프 4강 체제로 재편됐다. 다만 마땅한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주요 기업이 끝내 응모를 외면하면서 독자성을 앞세운 선발이 오히려 'AI 국가대표'를 스타트업 간 생존 경쟁으로 좁혀놨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여기에 AI 정책을 이끌던 핵심 인사들의 연이은 이탈로 리더십 공백까지 겹쳤다.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 국가AI전략위원회, 과기정통부로 이어지는 'AI 정책 삼각편대' 가운데 두 축이 동시에 비면서다. 하정우 전 AI미래기획수석이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 나선 데 이어 범정부 'AI 액션플랜'을 설계하고 독파모 이행을 조율해온 임문영 국가AI전략위 상근부위원장마저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에 차출됐다. 두 사람 모두 자리를 맡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다.
배경훈 부총리가 임 부위원장이 맡던 상근부위원장직을 겸하며 공백 메우기에 나섰지만 '땜질식'이라는 지적이 따랐다. 하 전 수석의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8월 초 독파모 2차 평가를 앞두고 평가 기준 협의와 정예팀 관리를 챙겨야 할 컨트롤타워가 비어 있는 만큼 공백이 길어지면 프로젝트 관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처음 시작은 글로벌 모델에 기대지 않고 우리 자체의 소버린 AI를 구축하자는 취지였다"며 "그 목표는 한 팀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글로벌과 겨룰 모델을 끝까지 남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탈락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에 갇히는 순간 기업은 도전보다 생존을 택하게 되고 그게 대기업들이 재공모를 외면한 이유"라며 "독자성 기준이 모호하고 컨트롤타워마저 비어 있는 상태가 길어진다면 지금의 공공 수주 성과도 모델이 자생력을 갖추기 전에 동력이 식는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