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SK이노베이션 도시가스 자회사들이 과거 단행한 유형자산 유동화가 향후 매각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였을 것이라는 시장 관측이 나온다. 해당 매각 대금이 배당을 통해 모회사로 흘러갔다는 점에서 SK이노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가스 인프라 사업권만을 넘겨주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단행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2021년 KKR가 SK E&S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한 시점부터 현물상환 대상은 줄곧 7개 도시가스 자회사들의 지분이었다.
부산도시가스는 2022년 12월 수영구 남천동 일대 본사 사옥(건물면적 5867㎡)과 토지 3만606㎡(약 9258평)을 대우건설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해당 유형자산의 자산가치는 1037억원에 불과했지만 실제 매각금액은 6328억원으로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부산도시가스는 약 5000억원에 달하는 평가이익을 거뒀다.
이 시기에 맞춰 부산도시가스는 주당 500원 수준의 배당을 큰 폭으로 확대했다. 구체적으로 2022년 2만4739원→2023년 4만7999원→2024년 1만2700원 등이다. 당시 부산도시가스의 총 발행주식 수는 1100만주로 SK E&S가 수혈한 배당금은 3년 간 9398억원에 달한다. 이는 SK E&S가 2022년 1월 부산도시가스 상장폐지를 위해 공개매수에 투입한 약 2200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금액이다.
지난해에는 코원에너지서비스가 대치동 본사(건물면적 9017㎡)와 토지(4만8452㎡)를 NH투자증권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5050억원이다. 코원에너지서비스는 SK이노의 손자회사로 이엔에스도시가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엔에스시티가스가 올해 2025년 회계연도 성과에 대해 KKR에 지급한 우선배당금이 958억원임을 감안하면 코원에너지서비스도 수 천억원에 이르는 배당을 집행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도시가스 자회사들의 알짜 유형자산은 유동화돼 모회사로 올려보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SK이노의 리밸런싱(사업재편) 과정에서의 비핵심 자산 정리와 재무구조 안정화 조치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특히 SK온에 매년 5~7조원에 달하는 시설투자금(CAPEX)이 집행됐기에 2024년 E&S 합병이라는 카드까지 꺼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자산 유동화 작업이 KKR에 도시가스 자회사들을 넘겨주기 전 사전 정지작업에 해당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SK E&S는 2021년과 2023년 KKR에 총 3조1350억원 규모의 RCPS를 발행하며 코원에너지서비스·부산도시가스 등 7개 도시가스 자회사들의 기초자산 지분 100%를 현물상환 대상으로 설정했다. 이는 2024년 SK이노와 SK E&S의 합병으로 RCPS가 이엔에스시티가스, 이엔세스도시가스부산 등 도시가스 중간지주사로 승계되는 과정에서도 변동이 없었다.
해당 RCPS의 상환권은 도시가스 중간지주사들이 보유한다. 다만 RCPS로 수혈한 자금은 SK이노에 대여금 형태로 흘러들어갔다. 결국 SK이노가 올해 11월까지 9.9%의 내부수익률(IRR)을 포함, 약 3조8000억원의 현금을 마련해야 하나 현 시점에선 자금 여력이 부족한게 현실이다. 도시가스 자회사들을 비핵심 자산으로 규정하고 현물상환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만약 SK이노가 내달 1일로 예정된 상환방법 및 상환일 공고를 지키지 않고 '상환권'이 삭제되더라도 당장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KKR이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도시가스 중간지주사들은 장부상 SK이노의 자회사로 남게되며 정부의 통제가 운영에 영향을 끼칠 염려가 적다. 전환권은 2054년 10월 21일까지 유지된다. KKR 입장에서는 5조원의 매출과 3000억원의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도시가스 자회사들에 대한 제3자 매각을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는 구조다.
이와 관련 시장 관계자는 "SK이노가 도시가스 자회사들의 유형자산들을 유동화시킨 것은 향후 손바뀜 과정에서 가치 최적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일 가능성이 있다"며 "문제가 됐던 SK온의 재무구조는 SKTI, SK엔텀 등의 흡수합병을 통해 어느정도 해결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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