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SK이노베이션 도시가스 중간 지주사가 발행한 3조원대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 시기가 도래하면서 의사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현금 상환과 도시가스 자회사 매각으로 선택지가 나뉘는데 도시가스 사업 매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SK그룹의 에너지사업 재편을 고려하면 RCPS 상환으로 인한 현금 지출은 리스크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도시가스 사업의 낮은 성장성도 현금 상환보다 매각을 통한 엑시트 가능성이 큰 이유로 꼽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도시가스 지주회사 이엔에스시티가스와 글로벌 사모펀드 KKR이 맺은 2조4000억원의 이엔에스시티가스 RCPS의 상환기간은 오는 11월1일부터 내년 2월1일까지다. 상환 4개월 전 상환방법과 상환일을 KKR에 통지할 의무가 있다. 다음 달 1일까지 상환 계획을 확정해 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환 방법은 현금 또는 자산으로 이엔에스시티가스의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이 자금 상환의 부담을 떠안는 구조다.
자산을 통한 상환은 도시가스 사업 자회사 매각을 뜻한다. SK이노베이션이 100% 보유한 도시가스 지주사 이에엔스시티가스 산하에 있는 100% 자회사인 강원도시가스, 영남에너지서비스, 코원에너지서비스, 전북에너지서비스, 전남도시가스, 충청에너지서비스가 대상이다. KKR은 이들 6개 기업을 소유한 이엔에스시티가스 지분 전량을 100원에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도시가스 자회사 6곳의 자산총계는 합산 2조5692억원이다. 지난해 기준 합산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3조8658억원, 3423억원에 달했다. 이에엔스시티가스 연결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400억원이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알짜 사업부문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연간 2000억원 이상의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알짜 사업이지만 현금 상환보다 자회사 매각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 상환의 지출 부담뿐만 아니라 SK가 에너지사업 재편으로 기여도가 작은 사업을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으로 관측돼서다.
우선 막대한 현금 지출 부담이다. KKR에 보장한 연 9.9% 내부수익률(IRR)을 감안하면 원금 2조4000억원에 약 4800억원의 투자수익이 더해진다. 여기에 연 3.99% 우선주 배당금까지 포함하면 실제 상환 부담은 3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의 3월 말 별도기준 현금성자산 2조2960억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계열사 자금을 끌어와 현금 상환에 나설 경우 주요사업 투자는 우선순위에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적자에 빠져 있는 배터리사업의 경우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전환 등으로 설비투자(CAPEX)가 필요한 상황이다. 1분기 SK이노베이션은 8000억원의 설비투자를 집행했는데 38% 해당하는 3000억원이 배터리사업에 집중됐다. 하반기에도 추가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활동에 자금이 필요한 만큼 조단위 현금 유출은 리스크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도시가스 사업이 꾸준한 이익을 내는 알짜이지만 위상이 큰 편은 아니다. 매출 비중이 SK이노베이션 E&S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하지만 이익 기여도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낮은 이익기여도 탓에 SK그룹도 매각을 통한 엑시트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수에 속하는 도시가스 사업의 성장성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E&S는 액화천연가스(LNG) 사업과 발전(전력) 사업에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의 생산-소비-솔루션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글로벌 LNG 인프라 확장으로 전기화 시대를 선도하는 것이 큰 줄기다. 해외 발전소 사업도 추진하는 단계로 추가 현금 확보가 중요한 상황으로 파악됐다.
SK가 에너지 사업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점도 도시가스 매각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과 SK이터닉스, SK에코플랜트에 흩어져 있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재편하는 것이다. KKR과 합작사를 설립해 재생에너지 사업을 영위할 예정이다. 발전 사업자에 필수적인 포트폴리오로 꼽히는 재생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면서도 대규모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자본력을 갖춘 사모펀드와 손잡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KKR에서는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SK와 협업하면서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도시가스 사업에서는 대규모 배당을 통한 이익 회수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7350억원의 이엔에스시티가스부산 RCPS 상환 의무도 지고 있다. 이엔에스시티가스부산의 경우 현금상환은 2028년 1월부터 상환기간이 도래하지만 현물상환은 이엔에스시티가스처럼 11월1일부터다. 6곳의 도시가스 사업 회사들처럼 이엔에스시티가스부산도 통으로 매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RCPS 상환에 관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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