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SK가 도시가스 사업을 정리하는 것은 결국 배터리 사업의 부진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잇따른 지배구조 개편으로 배터리 사업을 후방 지원하던 계획이 힘에 부치자 현금 유동화를 위한 카드로 도시가스 사업을 처분하는 것이다. 배터리 사업의 경우 수십조원을 투자했으나 아직까지 영업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동안 배터리 사업 합산 매출은 39조6654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누적 영업적자는 5조9663억원이었다. 2023년 매출 12조8972억원, 영업손실 5818억원으로 선전했지만 2024년, 2025년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고 2년 연속 1조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북미 배터리 사업이 전기차 시장 수요 정체로 어려움을 겪어서다.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자원이 쏠리면서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쪽 방향 전환은 경쟁사 대비 늦은 편이었다.
2021년 10월 출범한 배터리 사업 주력 계열사 SK온도 휘청이고 있다. 실제 현금 유출과 유입을 보여주는 현금흐름표를 보면 SK온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2022, 2023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각각 마이너스(-) 2조955억원, -1조5583억원을 기록했다. 마이너스 현금흐름은 현금 유출을 뜻한다. 배터리 사업을 하면 할수록 현금이 유출되는 사업구조인 셈이다.
2024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200억원으로 유출 규모가 크게 감소했지만 이는 SK온이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흡수합병한 효과였다. 지난해에는 8687억원의 대규모 현금 유입이 있었으나 윤활유 사업을 하는 SK엔무브를 합병한 효과로 풀이된다. 이익을 내는 알짜 계열사를 SK온에 붙이며 지배구조 개편을 거듭했고 이는 재무구조 훼손을 최대한 방어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했다.
본업으로 돈을 벌지 못하고 현금이 빠져나가는 사이 투자에는 지속해서 돈이 들어갔다. SK온의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25조5024억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유럽 등지에 생산기지를 확충해왔다.
SK온의 최대 단일 프로젝트로 꼽히는 미국 포드와 합작공장 '블루오벌SK'의 투자 규모는 15조원에 달했다. SK온 몫이 약 7조5000억원이었다. 다만 해당 법인의 합작체제가 종료됐고 SK온은 수차례 유상감자로 약 4조5000억원을 회수했다. 업계에 따르면 생산시설 구축을 비롯해 연구개발(R&D) 등 SK는 배터리 사업에 누적 30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추산된다.
2020년대 초 그룹 차원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배터리 사업에 힘주면서 법인 출범 즈음에는 SK하이닉스에 있던 임직원들이 SK온으로 대거 이동하기도 했다. 그만큼 회사와 임직원들도 배터리 사업 성장에 베팅한 것이다.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지 않아 사업 계획에 차질을 빚었고 지금 배터리 사업은 공격적 확장이 아닌 보수적 관점에서 리밸런싱을 이어가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SK온은 올해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1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349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994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커졌다. 사업 방향의 축이 ESS 쪽으로 이동하면서 추가 투자도 요구되고 있다. 1분기 SK이노베이션이 8000억원의 설비투자(CAPEX)를 집행했는데 38% 해당하는 3000억원이 배터리사업에 집중됐다. 북미 전기차 생산공장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는 데 일부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미에서 전기차 시장이 둔화된 반면 ESS 시장이 커지면서 반등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투자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도시가스 리밸런싱에 관해 "SK그룹이 배터리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하다보니 현금이 필요한 것이다"며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배터리와 수소에 집중 투자했는데 성급한 면이 있었고 지금 시점에서 SK하이닉스가 없었다면 그룹 전체가 휘청였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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