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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1조 베팅에 KB '맞불'…은행권 합종연횡 가열
한진리 기자
2026.06.05 11:00:16
비공개 간담회로 협력 가능성 타진…농협·우리 불참에 연합 구도는 안갯속
이 기사는 2026년 06월 04일 16시 5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KB금융지주 DT추진부 주관으로 열린 은행권 디지털자산 비공개 간담회. (사진=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가 선거 국면과 맞물려 멈춰 선 사이 금융권의 물밑 연대 움직임은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이 두나무 지분 1조원대 투자를 결정하며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선점에 나선 가운데, 주요 금융사들도 향후 사업 협력과 연합 가능성을 타진하며 주도권 경쟁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특히 하나금융이 업계에서 거론되는 네이버·두나무 중심 디지털자산 생태계의 유력 금융 파트너로 부상하면서 은행권 내 협력 구도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KB금융지주는 최근 주요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주도권 확보에 나섰지만 신한·우리·농협 등 주요 은행들이 참석 여부를 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향후 연합 구도는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KB금융 DT추진부 주관으로 은행권 스테이블코인 비공개 간담회가 진행됐다. KB금융의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DT추진부는 그룹 가상자산 대응협의체 운영 등 디지털 혁신 관련 전략 수립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KB금융 임원진을 비롯해 신한은행·IBK기업은행·BNK금융·iM뱅크·토스인사이트 등 금융권 관계자 30명 안팎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는 특정 컨소시엄 구성을 공식화하기보다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대비한 업계 대응 방향과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는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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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끄는 건 일부 은행들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초 이번 회동에는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도 참석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불참했다. 업계에서는 갑작스러운 불참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특정 금융지주가 주관한 행사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향후 협력 구도에 대한 신호로 비칠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컨대 KB금융 주관 회동에 참석할 경우 컨소시엄 참여가 유력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반대로 단순 의견 교환 차원이라도 '들러리'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 참석 의사를 번복한 은행 관계자는 "KB금융 측의 컨소시엄 검토 요청은 있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간담회 참석을 검토했지만 모양새가 아쉽게 비칠 수 있어 가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이 끊임없이 합종연횡을 모색하는 배경에는 스테이블코인 사업의 구조적 특성이 자리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체는 개별 금융사도 가능하지만, 실제 유통과 결제, 정산, 이용자 확보까지 고려하면 은행(발행)·카드사(가맹점)·결제사(정산)·핀테크(유저 플랫폼) 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입법 이후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연합(컨소시엄) 구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스테이블코인 인가 체계가 마련될 경우 발행 주체가 무제한으로 열리기보다 자본력과 준비자산 관리 역량을 갖춘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 2~3곳이 사업을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인가 요건과 규제 체계가 구체화될수록 소수 대형 사업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 초기 협력 구도 구축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처=Chat GPT)

이러한 구도에서 가장 앞서 움직인 곳은 하나금융이다. 최근 하나은행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228만4000주(6.55%)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시중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규모 투자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를 두고 하나금융이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을 축으로 형성될 수 있는 디지털 자산 생태계에 선제적으로 포지션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두나무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로 현재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네이버페이를 기반으로 한 결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스테이블코인 활용처 확보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두나무를 둘러싼 금융권의 지분 확보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보유 두나무 주식 136만1050주를 약 5978억원에 추가 취득하며 지분율을 기존 5.94%에서 9.84%로 확대했다. 삼성증권·삼성SDS·삼성카드도 카카오 계열사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4%(139만주)를 총 6128억원에 공동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증권이 2%, 삼성SDS와 삼성카드가 각각 1%씩 나눠 갖는 구조다.


이 같은 흐름은 은행권에도 적지 않은 자극이 되고 있다. 두나무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자산 생태계 구축이 가시화되면서 다른 금융사들도 협력 전략과 사업 파트너 확보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KB금융이 주요 금융사들을 한자리에 모은 비공개 간담회를 주관한 것도 하나금융 연합에 맞설 컨소시엄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다만 KB금융이 실제로 연합 구도를 주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까지는 주요 은행과 플랫폼·핀테크 사업자들이 서로의 의중을 확인하는 탐색전 성격이 강하다. 신한·우리금융 등 주요 지주들이 독자 컨소시엄 노선을 택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입법 전까지는 모두가 탐색전을 벌이는 단계"라며 "법안이 확정되는 순간 리포지셔닝 되면서 각 참여자의 전략도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협력과 경쟁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으로, 향후 어떤 사업자들이 초기 연합 구도에 참여하느냐가 시장 주도권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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