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하나금융그룹의 대규모 두나무 지분 투자에서 금융당국의 달라진 기류가 읽힌다는 분석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2017년 이후 이어져 온 이른바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의 분리)' 기조 아래 금융회사의 가상자산업 직접 진출은 제한돼 왔지만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와 맞물려 거래소 지분 투자 영역에서는 변화가 감지된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회사의 가상자산업 직접 진출과 거래소 지분 투자는 규제 성격이 다른 만큼,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금가분리 원칙의 전면 해제보다는 감독 기조 변화의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계열사 하나은행을 통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 228만4000주(6.55%)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거래가 완료되면 하나은행은 두나무의 4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투자를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 시장 확대를 염두에 둔 전략적 투자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규제 측면에서 볼 때 이번 거래가 금융당국의 금가분리 원칙 변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2017년 이후 금융회사의 가상자산업 직접 참여를 제한해 온 감독 기조를 일종의 '금가분리' 원칙으로 불러왔다. 금가분리는 법률로 명문화된 규제는 아니지만 2017년 가상자산 긴급대책 이후 금융당국이 유지해 온 감독 기조로 여겨진다. 당시 정부는 가상자산 시장 과열과 자금세탁 우려 등을 이유로 은행·증권 등 전통 금융회사의 가상자산업 직접 진출에 상당히 보수적 태도를 보여왔다.
금융당국의 금가분리 원칙에 따라 은행은 거래소 실명계좌 제공 등 제한적 역할에 머물렀고 금융지주 계열사가 거래소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사례 역시 극히 제한적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명문화된 법률보다는 감독 기조와 행정 해석 중심으로 작동해 온 '그림자 규제'로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와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추진이 본격화하면서 디지털자산을 미래 금융 인프라의 일부로 바라보는 시각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홍콩 등 주요국에서도 제도권 편입 논의가 확대되면서 국내 금융권 역시 디지털자산 사업 전략 재정비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두나무 지분 인수와 관련해 "금융회사가 직접 가상자산업을 영위하거나 부수·겸영업무 형태로 수행하는 것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면서도 "지분 투자 영역은 상당 부분 완화된 상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거래소 대주주 규율 강화와 지분 제한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제도권 금융회사의 전략적 투자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정 대주주의 영향력을 낮추고 지배구조를 분산하려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투자 주체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금융회사가 유력한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거래소 지분 제한을 추진하려면 누군가는 그 지분을 인수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금융회사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특정 대주주가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대주주 지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최근 들어 과거와 달라진 환경을 언급하며 제도 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2017년 말 가상자산 투기에 대한 긴급조치 일환으로 금융사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와 연계해 금가분리 완화 여부와 범위를 검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실제 최근 금융권과 거래소 간 전략적 연대 움직임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미래에셋그룹은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코빗 인수를 추진 중이며 한국투자증권 역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OKX와 함께 코인원 지분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선 금융회사의 직접 가상자산 영업 허용 여부와 자본규체 체계, 소비자 보호 장치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실제 제도 변화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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