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 10년, 상장 첫해를 맞았다. 업비트 제휴를 발판으로 급성장했지만, 이제 시장은 단순 외형 성장보다 지속가능한 사업 구조와 플랫폼 경쟁력을 요구하고 있다. 딜사이트는 가상자산·가계대출 편중 탈피부터 오버행 부담, 플랫폼 정체성 확립까지 케이뱅크가 다음 10년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상장 1년차를 맞은 케이뱅크가 대규모 락업 해제와 주요 주주의 지분 회수 가능성이라는 부담에 직면했다. 대주주인 우리은행은 투자금 회수와 자본 효율성 제고를 고려해야 하는 반면,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주요 주주의 매각 가능성 자체가 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가계대출 편중 탈피에 나선 케이뱅크가 이번에는 자본시장의 검증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오는 6월부터 재무적투자자(FI) 보호예수(락업) 물량까지 순차적으로 풀릴 예정이어서 시장의 오버행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상장 이후 공모가를 밑도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잠재 매물 부담이 투자심리를 제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상장 이후 보유 지분 일부를 처분해 약 190억원의 이익을 실현했다. 우리은행의 연결 기준 케이뱅크 장부가는 6172원으로, 상장 첫날 주당 8738원에 매각하며 차익을 거뒀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의 케이뱅크 지분율은 기존 11.08%에서 9.22%로 하락했다.
문제는 남은 지분이다. 우리은행은 오는 9월 락업 해제를 앞두고 있다. 케이뱅크가 상장사로 전환되면서 보유 지분의 유동화 가능성이 커진 데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회복될 경우 추가 매각 유인 역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지주 차원에서도 비핵심 투자자산을 정리해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판단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과 케이뱅크의 이해관계가 상장 이후 다소 미묘하게 엇갈리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의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전략적투자자(SI)이면서도, 동시에 적절한 시점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재무적투자자(FI)의 성격도 함께 갖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 주가가 오를수록 우리은행의 회수 명분은 커지지만, 실제 매각이 이뤄질 경우 케이뱅크에는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구조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주가 관리와 지분 회수 전략이 맞물려 있는 셈이다.
우리은행의 케이뱅크 지분 매각 여부는 금융위원회와의 자본관리 약속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5월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과정에서 금융위원회로부터 내부통제 개선과 자본관리 강화 방안을 요구받았다.
당시 우리금융은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와 자본비율 제고를 위해 유휴 부동산과 출자주식 매각 등을 포함한 중장기 자본관리 계획을 제출했으며,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케이뱅크 지분 활용 방안 역시 함께 검토 대상에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9월 이후 우리은행이 보유 중인 케이뱅크 지분을 순차적으로 처분해 내년 말까지 전량 매각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우리금융 측에서도 케이뱅크 지분 매각이 자본비율 관리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곽성민 우리금융 CFO는 지난달 2026년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케이뱅크 락업 종료 후 주가 수준에 맞춰 매각이 이뤄진다면 RWA 감축을 통한 자본비율 제고 효과가 기대된다"며 "보유 중인 지분에 대해선 락업 해제 시점에 맞춰 그룹과 은행 차원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주요 주주의 지분 축소 가능성 자체가 부담이다.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상황에서 우리은행이나 FI의 매각 신호가 노출될 경우 투자심리가 추가로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6월부터 9월까지 상장 전 투자한 FI들의 보호예수 물량이 순차적으로 해제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전체 발행 물량의 약 29% 수준이 잠재 유통 가능 물량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오버행 우려가 당분간 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케이뱅크 측도 이러한 부담을 인식하고 있다. 이준형 케이뱅크 전략실장(CSO)은 지난달 2026년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FI들이 자본시장 전문가인 만큼 보호예수 기한이 만료됐다고 해서 보유 물량을 즉시 모두 매도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보호예수 해제가 곧바로 대규모 매도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취지다.
다만 시장의 경계감은 여전하다. 락업 해제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투자자들은 잠재 매물 규모와 실제 출회 가능성을 주가에 선반영할 가능성이 커진다. 케이뱅크가 상장 이후 공모가 대비 약세 흐름을 이어온 만큼 기존 주주들의 추가 매각 가능성은 신규 투자자 유입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오버행 우려를 근본적으로 완화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수급 관리보다 장기 성장 전략에 대한 시장 신뢰 확보가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비트 의존도를 낮추고 기업금융·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케이뱅크만의 성장 전략을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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