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 10년, 상장 첫해를 맞았다. 업비트 제휴를 발판으로 급성장했지만, 이제 시장은 단순 외형 성장보다 지속가능한 사업 구조와 플랫폼 경쟁력을 요구하고 있다. 딜사이트는 가상자산·가계대출 편중 탈피부터 오버행 부담, 플랫폼 정체성 확립까지 케이뱅크가 다음 10년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 10년이 지나도록 자체 플랫폼 정체성 구축이라는 숙제를 완전히 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프라인 점포가 없는 인터넷은행 특성상 플랫폼 경쟁력 확보가 곧 성장성과 직결되지만,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가 각각 메신저·슈퍼앱 기반 생태계를 구축한 것과 달리 케이뱅크는 여전히 뚜렷한 고객 락인 구조를 만들지 못하고 있어서다.
업비트 의존 탈피와 가계대출 편중 완화에 나선 데 이어, 상장 이후 시장이 요구하는 장기 성장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플랫폼 기반 비이자이익 확보가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플랫폼 정체성 확립과 함께 신사업으로 내세웠던 이종산업 대형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한 BaaS(서비스형 은행) 모델과 스테이블코인 사업 성과가 가시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올해 1분기 동안 160억원의 수수료수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5.8%(9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 수수료수익은 609억원이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에만 808억원의 수수료수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3105억원에 달했다. 플랫폼 사업 외형 측면에서 케이뱅크와의 체급 차이가 뚜렷하게 벌어진 셈이다.
인터넷전문은행 비즈니스 구조상 자체 앱 이용자를 확보한 뒤 상품 중개와 제휴 서비스 등을 통해 수수료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 사업은 사실상 필수 요소로 꼽힌다. 이자이익이 전통적인 예대마진 기반 수익이라면, 수수료수익은 인터넷은행의 플랫폼 경쟁력과 고객 락인 효과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라는 의미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각각 메신저와 슈퍼앱 생태계를 기반으로 증권계좌 개설, 대출 비교, 카드 추천, 송금, 결제, 투자 서비스 등을 앱 안에서 연결하며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있다. 반면 케이뱅크는 상대적으로 금융 기능 중심 앱 운영에 머물며 플랫폼 확장성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영업 첫해인 2017년 수수료수익 170억원을 기록하며 케이뱅크(22억원)를 크게 앞섰다. 이후에도 격차는 확대됐다. 최근에도 카카오뱅크가 연간 3000억원대의 안정적인 수수료수익을 유지하는 동안 케이뱅크는 500억~60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카카오뱅크와의 플랫폼 체급 격차가 시간이 갈수록 점차 벌어지는 모양새다.
후발주자인 토스뱅크와 비교해도 케이뱅크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2021년 10월 영업을 시작한 토스뱅크는 지난해 연간 기준 1674억원의 수수료수익을 거뒀다. 케이뱅크의 2.7배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실적을 아직 발표하진 않았지만, 지난해 1분기 수수료수익으로만 372억원을 거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케이뱅크보다 많다.
토스뱅크는 토스 앱을 중심으로 증권·보험·결제·쇼핑·송금 등을 연결한 슈퍼앱 전략을 통해 이용자 락인 효과를 강화하고 있다. 공격적인 수수료 면제 정책과 마케팅 비용 집행 역시 플랫폼 볼륨 확대를 위한 전략적 투자 성격이 강하다. 반면 케이뱅크는 자체 플랫폼 생태계가 상대적으로 약한 상황에서 비용 효율성과 수익성 관리에 보다 집중해온 모습이다.
실제 케이뱅크는 출범 이후 수수료 부문에서 2020년까지 적자를 기록하다가 업비트 제휴 직후인 2021년 196억원의 흑자를 냈다. 그러나 이후에는 흑자와 적자를 오가는 흐름이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26억원의 수수료 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는 4억원 규모 흑자를 냈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실적까지 살펴봤을 때 케이뱅크는 수수료이익을 포함한 비이자이익의 정체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토스뱅크는 2021년 영업 개시 이후 공격적인 무료 수수료 정책을 펼치며 지난해에만 2164억원의 수수료비용을 집행했다. 순수수료손실 규모는 490억원이었다. 단기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플랫폼 점유율과 이용자 락인 효과를 우선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카카오뱅크 역시 초기에는 수수료 부문 적자를 감수했지만, 플랫폼 규모 확대 이후 안정적인 흑자 구조로 전환했다. 지난해 순수수료이익은 227억원, 올해 1분기는 99억원 수준이다.
결국 인터넷전문은행은 단순 금리 경쟁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안정적인 비이자이익과 플랫폼 기반 수익 구조 확보가 기업가치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심윤보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케이뱅크뿐 아니라 현재 인터넷전문은행들은 플랫폼 사업 확대 등 비이자수익 확대에 집중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특히 비이자수익은 대출비교, 투자상품 중개 등을 통한 플랫폼·수수료 수익 확대 외에도 신사업 추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는 무신사와 협력해 금융과 커머스를 결합한 생활밀착형 금융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통신·증권·가상자산 등 이종 산업과의 제휴를 확대해 플랫폼 기반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고 비이자이익 기반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들어서는 UAE(아랍에미리트) 디지털자산 기업 체인저와 함께 스테이블코인 기반 송금 인프라 구축에도 나서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나 토스처럼 자체 슈퍼앱 생태계를 구축하기보다는 외부 플랫폼과 연결되는 'BaaS(서비스형 은행)' 전략에 보다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자체 플랫폼 경쟁력만으로 승부하기보다는 커머스·디지털자산·핀테크 플랫폼과의 연계를 통해 케이뱅크만의 차별화된 금융 인프라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 연구원은 "케이뱅크가 수수료수익을 포함한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앞서 신사업 계획으로 발표했던 디지털자산(스테이블코인)과 BaaS형 제휴모델을 통한 추가성장과 확장성과가 가시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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