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의 본질은 타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수탁자 책임(Fiduciary Duty)에 있다. 하지만 그간 국내 운용사들의 의결권 행사는 주총 시즌마다 기계적 찬성에 그치는 거수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CEO의 직접적인 관심을 촉구하고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점검을 본격화한 배경이다. 이에 딜사이트는 주요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분석해 수탁자책임 이행 수준을 진단해본다.
[딜사이트 장소영 기자] NH아문디자산운용이 2025년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전체 의안의 10.4%에 반대표를 던지며 주주활동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의결권 행사 내용 설명에는 2년째 구멍이 뚫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딜사이트가 NH아문디운용의 의결권 행사 세부내역을 취합한 결과 2025년 주주총회 의안 1556건 중 164건에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4년 910건 중 55건 대비 3배 가량 증가했다. 반대율도 6%에서 10.4%로 높아졌다.
다만 눈에 띄는 점은 의결권 행사·불행사 결정과 세부내용의 불일치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올해 3월에 열렸던 키움증권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임기 및 재임기간 정비의 건(제37조)'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그러나 NH아문디운용은 공시를 통해 '키움증권 정관에서 독립이사로 명칭 변경, 이사의 임기 및 재임기간 문구 정비 주주권익 보호 측면에서 우려할 만한 특별한 문제점을 확인할 수 없으므로 찬성'이라고 설명했다.
NH아문디운용의 의결권 행사 원칙에 따르면 의결권 행사의 적정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의결권 행사의 구체적인 내용과 사유를 공개해야 한다. NH아문디운용 관계자는 "해당 안건에 대해 반대한 게 맞으며 시차임기제를 막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정공시를 통해 설명을 수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NH아문디운용은 지난해 5월 전년도 '집합투자업자 및 투자회사 등의 의결권 행사 및 불행사' 공시를 정정했다. 정정공시를 통해 의결권 대상에 HD한국조선해양에 의결권 행사한 5건을 새로 포함했다.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는 '정관변경(94건)'에 가장 많은 반대표를 던졌다. NH아문디운용은 비에이치와 피에스케이홀딩스, 큐알티 등의 전자주주총회 배제 조항 신설 건에 대해서 반대했다. 반대 근거로는 "이사회 결의에 따라 병행전자주주총회 시행 여부를 선택할 수 없게 돼 일반주주의 주주총회 참여 용이성을 낮춰 주주권익 침해의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 승인 건(스톡옵션)'에는 보상체계의 적절성을 반대 근거로 삼았다. 덕산네오룩스는 이사회가 임원 1명에게 부여한 1만5000주에 대해 장기근속 유도와 성과 보상을 목적으로 스톡옵션을 승인받고자 했다. NH아문디운용은 이에 반대하며 "성과와의 구체적 연계나 장기 재직 조건이 명확하지 않아 적절한 장기성과 보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외이사 선임 반대에서는 후보자의 개인 이력을 세밀하게 추적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테스나 최지광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에는 계열회사인 두산밥캣에서 사외이사로 6년동안 재임한 이력을 반대 근거로 삼았다. 해당 임기와 두산테스나에서의 3년 임기를 합산하면 9년 이상이 돼 장기재임이 된다는 게 NH아문디운용의 설명이다.
NH아문디운용에서는 2018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리서치팀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전담 중이다. 박진호 주식운용부문장(CIO)이 수탁자책임활동 책임자에 이름을 올렸다. 실무 담당자는 최용환 ESG 리서치 팀장이다.
최용한 팀장은 "올해에는 '밸류업'과 '중대재해' 관련 주주관여활동을 중점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라며 "중대재해 리스크 평가 방법론을 개발해 리스크에 노출된 기업에 대해 ESG평가점수를 차감하고 개선을 위한 주주관여활동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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