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준 차장] 지방선거가 2주 안으로 다가오면서 서울지역의 부동산 민심이 꿈틀거리지만 예전만큼 요란하진 않다. 최근 수년간 건설비용 급등으로 사업여건이 악화하면서 실제 개발사업 추진이 쉽지 않아서다.
그나마 사업성이 나오는 지역은 서울의 한강벨트와 같은 최상위 입지 뿐이며 이를 제외하곤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도 결국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사업장에만 경쟁에 참여하는 분위기다. 나머지 지역은 재개발의 엄두도 내기 힘든 처지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서울 핵심 정비사업 수주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압구정동과 성수동 일대에는 대형 건설사들이 몰려들고 있지만 경쟁의 방식은 과거와 달라졌다. 예전처럼 누가 더 화려한 랜드마크를 제안하는지보다 누가 사업을 안정적으로 더 빨리 끝낼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최근 정비사업 시장에서 평당 공사비 1000만원은 일반적인 수준으로 자리잡았다. 강남권 일부 사업장에서는 3.3㎡당 1100만~1200만원 수준까지 거론된다. 불과 수년전만해도 하이엔드 건축물의 공사비가 3.3㎡당 800만원을 제시해도 너무 높다며 고개를 저은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금융비용 증가가 겹치면서 공사비는 이미 과거로 돌아가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점을 모두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부담이 더 커진다는 점이다. 과거 정비사업에서 가장 민감한 변수가 규제였다면 지금은 시간 자체가 더 큰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다. 사업이 1년만 늦어져도 공사비와 금융비용 뿐만 아니라 조합 운영비가 함께 불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사업 지체로 인한 추가 부담은 조합원 분담금으로 돌아온다.
이 때문에 최근 조합원들의 우선순위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특화설계와 커뮤니티 시설, 하이엔드 브랜드가 수주전의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공사비 검증과 금융조건, 사업 속도를 더 중요하게 본다. 얼마나 잘 지어주느냐보다 얼마나 빠르게 짓고 분담금을 더 줄여주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 셈이다.
최근 압구정5구역 수주전은 이런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DL이앤씨는 3.3㎡당 1139만원 확정 공사비와 분담금 납부 유예 조건을 내세웠고 현대건설은 3.3㎡당 공사비 1168만원에 이주비 LTV 100%, 사업비 대여 확대 등을 강조했다.
브랜드 경쟁 보다는 조합원의 현금흐름 부담을 누가 더 줄여줄 수 있는지에 더 초점이 맞춰진 대결 양상이었다. 특히 DL이앤씨는 공사기간을 57개월로 제시하며 현대건설의 67개월 보다 빠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보관에서 회사 관계자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어보면 사업의 속도가 오히려 더 큰 경쟁 포인트였다. 정비사업을 빠르게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냥 빠르게 할 수 있다고만 주장한다면 그것이 실현 가능한지 상대측에서 또 역공을 걸어오곤 했다. 그만큼 프로젝트의 공정 속도는 조합원의 분담금으로 직결되며 가장 민감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업계에서 제시하는 브랜드와 설계안은 이미 상향평준화됐다. 결국 도시정비사업의 경쟁 축은 화려한 조감도와 브랜드보다 확정 공사비, 금융조건, 인허가 대응, 공정 관리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요소들이 조합원 표심을 가르는 기준이 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공약은 다시 쏟아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장의 문제는 규제 완화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사업성이 나오지 않으면 건설사는 움직이지 않고,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 조합도 선뜻 개발에 나서지 않는 시대가 됐다. 이제 도시정비사업의 승부처는 더 큰 청사진이 아니라 실제로 완주할 수 있는 실행력에 있다. 개발 기대감보다 속도와 비용을 먼저 따지는 시장에서 누가 더 이익을 가져갈 지 건설사와 조합의 손익계산이 분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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