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배분 문제로 6개월여 대립 끝에 극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했다. 핵심은 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해 전액 자사주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양측의 셈법이 엇갈리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금 유출 없이 총파업을 막아낸 사측이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노조가 공개한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노사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DS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을 별도로 신설하기로 했다.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성과의 10.5%로,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 300조원을 기준으로 하면 31조5000억원에 달한다.
재원의 40%는 DS부문 전체 직원에게 균등 배분하고, 나머지 60%는 메모리 사업부와 공통 조직에 차등 지급한다. 적자 사업부인 시스템LSI·파운드리는 올해 60% 몫에서 제외되며, 2027년분부터 공통 지급액의 60% 수준으로 제한된다. DS부문 전체 인력 7만8000명 중 메모리 사업부(약 2만8000명) 직원은 OPI(연봉 1억원 기준 약 5000만원)까지 합산하면 1인당 최대 약 6억원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특별경영성과급은 현금이 아닌 자사주로 전액 지급된다. 세금을 먼저 떼고 남은 금액만큼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세전 5억5000만원 기준으로 세율 약 40%를 적용하면 세금 약 2억2000만원을 제외한 3억원대 수준이다. 즉 3억원어치 주식을 지급 시점 주가에 맞춰 산정해 주는 구조다. 3분의 1은 즉시 매각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3분의 2는 각각 1년, 2년간 매각이 제한된다.
삼성전자는 성과급용 임직원 자사주 지급을 위해 장내 매수를 통해 추가 취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4일 '자기주식취득결과보고서' 공시 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한 보통주 자기주식은 8208만주로, 이달 20일 종가(27만6000원) 기준 시가로 환산하면 약 22조6000억원 규모다. 특별경영성과급 재원 31조5000억원에 비해 부족한 만큼 추가 매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자사주로 성과급을 주기로 한 이번 합의를 두고 노사 양측이 받아들이는 셈법이 다를 것으로 본다. 사측은 현금 유출 없이 직원을 주주로 묶는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직원들 사이에서는 현금보다 못하다는 불만도 흘러나온다.
우선 성과급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식은 회사 입장에서 여러모로 유리하다. 현금 유출이 없는 데다 자사주를 임직원 상여로 지급하면 지급 시점 시가 기준으로 손금 산입이 가능해 법인세 절감 효과까지 생긴다. 매각 제한 조건으로 직원들이 최대 2년간 주식을 보유하게 되면서 이탈 방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조성기 노무사(노무법인 승)는 "성과급을 주식으로 주게 되면 책임경영, 서로 책임을 느끼고 소속감을 가질 수 있다"며 "현금 지급하면 돈 잔치 느낌이 나는데 주식으로 주면 그런 대외적인 여론도 피할 수 있고 주주들 눈치도 볼 필요가 없으니 회사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좋은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송승준 노무사(노무법인 인사이트)도 "자사주로 직원 로열티까지 끌어낸 건 의미 있는 협상 결과"라며 "더 넓은 관점에서 파업 없이 막은 것만으로도 회사는 큰 이익"이라고 했다.
반면 조합원 입장에서는 따져볼 부분이 적지 않다. SK하이닉스가 현금 지급을 기본으로 자사주를 선택지로 열어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전액 자사주 지급이다. 조 노무사는 "세금을 다 부담하면서 현금 대신 주식으로 받아라, 이러면 조합원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사주 형태로 지급했으면 세금 부담 없이 주식을 통째로 받을 수 있었는데 그 방법을 활용 못한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주가 하락 시에는 지급 시점 주가 기준으로 낸 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리스크도 있다. 송 노무사는 "주식으로 받는다는 건 주가 변동 리스크를 직원이 고스란히 떠안는 셈"이라며 "조합원 개인 입장에서는 그렇게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도 "100% 자사주로 성과급을 주는 건 외부 여론이나 주주 때문에 그렇게 한 것 아니냐"며 "당장 현금이 아닌 자사주, 그게 무슨 보상이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합의안의 최종 관문은 조합원 찬반투표다. 노조는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5일간 이번 잠정합의안을 두고 조합원 투표를 진행한다. 가결되면 노조의 총파업은 공식 철회되고 합의안은 단체협약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는다. 부결되면 총파업 재점화는 물론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등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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