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정기 신용평가 시즌을 앞두고 기업들의 신용도 향방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특히 석유화학·건설 업종은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실적과 재무여건 개선이 쉽지 않아 강등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최근 시장은 미·이란 갈등 장기화로 금융비용 부담까지 확대되면서 부정적 등급 전망이 부여된 기업들을 중심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하고 8년 간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지속한 LG전자에 대한 신용평가사들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정기평가에서 기존 안정적이던 등급전망(아웃룩)을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지만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20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신평은 LG전자에 대한 신용등급을 AA0 선에서 유지하고 있지만 향후 AA+로의 승격 전망을 내놓는 분위기다. 지난해 정기평가 당시 등급 상향 가능 요인으로 ▲연결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매출액 10% 이상 ▲순차입금의존도 10% 이하 유지를 꼽았는데 LG전자가 올해 1분기 해당 지표를 각각 11.2%, 8.3%로 맞추며 요건을 모두 충족했기 때문이다. 한신평은 아웃룩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려 잡았다.
무엇보다 LG전자의 사업안정성이 제고됐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기존 TV·생활가전 중심의 전통적인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webOS 기반 플랫폼 사업 등 기업 간 거래(B2B)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이익창출력도 등급전망 조정에 힘을 보탰다. LG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7.1%로 전년 동기(5.5%) 대비 1.6%포인트 상승했다. 문창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사업 재편 성과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그동안 지분법손실 요인으로 작용해 오던 LG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위주의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약 4조원 내외의 설비투자(CAPEX)와 운전자본 확대 등 자금 소요가 예상되고 있으나 연간 7조원 이상의 EBITDA 창출력이 이를 지지하고 있다. 아울러 인도법인 지분의 추가 매각 계획 등을 감안하면 재무구조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의 경우 아직 안정적 아웃룩을 유지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한기평은 지난해 제시한 상향 트리거를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모두 총족했지만 아웃룩 조정을 뒤로 미뤘다. 한기평의 상향트리거는 ▲순차입금/EBITDA 0.5배 이하 ▲차입금의존도 20% 이하 지속 등이다. LG전자는 올해 3월 말 기준 각각 0.5배, 19.7%를 기록하며 기준점을 통과했다.
한기평이 조심스러운 이유는 LG전자 특유의 실적 계절성 요인 때문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마케팅 비용 지출과 할인 판매가 늘어나 수익성이 둔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1분기 수치가 연말까지 유지될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하현수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생활가전·TV 등 주력 제품군의 우수한 브랜드 인지도와 품질 경쟁력을 토대로 글로벌 상위권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전 세계로 분산된 판매기반을 보유하고 있어 양호한 이익창출력을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등급 조정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나신평은 재무지표 중 일부가 상향 조건을 밑돌아 아웃룩을 유지했다. 나신평이 내건 상향 트리거는 ▲연결기준 EBIT/매출액 6% 상회 ▲잉여현금흐름(FCF)/총차입금 10% 상회 등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EBIT/매출액(7.1%)은 요건을 채웠으나, FCF/총차입금 비율이 -1.7%에 그치며 발목이 잡혔다.
잉여현금흐름은 2023년 1조8379억원, 2024년 2419억원, 2025년 4942억원을 기록하다가 올해 1분기 마이너스(-) 59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영업활동으로 현금이 유입됐음에도 운전자금 부담이 발생한 데다, 제품 경쟁력 확보를 위한 분기 CAPEX 지출이 1조원 이상 집행된 영향이다.
다만 나신평 역시 중장기적인 재무안정성은 우수하게 평가했다. 이규희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양호한 이익창출력과 지난해 상장한 인도법인의 지분 추가 매각대금 유입 전망을 감안하면, 향후 투자 소요의 상당 부분을 자체 현금흐름으로 충당해 현 수준의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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