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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반도체 외치더니…파운드리 '적자 사업부' 낙인"
김주연 기자
2026-05-21 00:13:11
"반도체 실적 위해 HBM4 베이스다이 헐값에 넘겼다" 주장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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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구 삼성전자 DS부문 피플팀장(왼쪽)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20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사교섭 결과 브리핑에서 합의안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뉴스1)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지난 2~3년간 우리 동료들은 매일 야근까지 하며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사업 방향을 결정한 임원들의 판단에 대한 책임은 가려진 채, 적자 사업부라는 부담만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것 같아 의문이 듭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직원 A씨는 20일 딜사이트와의 통화에서 "적자 사업부에 대한 성과를 운운하는 사측 입장문을 보면서 매우 실망했다"며"이미 실망이 큰 상태였지만 회사가 우리 사업부를 그렇게까지 바라보고 있을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앞서 삼성전자 사측은 이날 오전 열린 중앙노동위원회 2차 사후조정 이후 정부 조정안에 유보 입장을 밝혔다. 사측은 그 이유로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며 며 "이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A씨는 적자 사업부라는 이유로 막대한 성과 보상이 어렵다면 사업 방향을 결정한 임원들에게는 왜 거액의 성과급이 지급됐는지 되물었다. 앞서 구자흠 삼성전자 파운드리 기술개발실 부사장은 지난 2월 6일 자사주상여금 명목으로 자사 주식 1071주를 부여받았다. 취득 단가는 16만5000원으로, 총 1억7671만원 규모다.

A씨는 사측 입장문이 파운드리 사업부에 '적자 사업부'라는 낙인을 찍은 것과 다름없다고도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종합 반도체 기업이라는 명목으로 파운드리사업부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이 같은 인식이 확산되면 내부 직원들조차 파운드리사업부를 외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A씨는 "사측 제안대로 적자 사업부라는 이유로 적은 성과급을 받게 되면 회사 내부에서도 '절대 파운드리 사업부는 가지 말아야겠다'는 인식이 커질 게 분명하다"며 "결국 적자 사업부라는 이유로 선을 긋는다면 '종합 반도체 기업'이라는 삼성전자의 이미지에도 타격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반도체 쇼티지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HBM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조8743억원, 영업이익 57조2328억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부문(DS)은 매출 81조7000억원, 영업이익 53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영업이익의 93.8%를 책임졌다.


그러나 A씨는 이 같은 성과가 온전히 메모리사업부만의 성과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내에서는 반도체 사업의 전체 수익성을 위해 파운드리 사업부가 제작한 베이스다이를 메모리 사업부에 낮은 가격으로 넘겨 손해를 감당하라는 요구가 나온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A씨는 "파운드리 사업부가 제작하는 HBM4의 베이스다이를 메모리사업부에 헐값에 넘긴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수익성을 위해 힘들게 만든 제품을 낮은 가격에 넘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운드리에서 제작한 베이스다이를 기반으로 메모리사업부가 제품을 만들어 이익을 내고 있는 것 아니냐"며 "서로 협력하며 성장하는 조직이 돼야지, 단순히 적자 사업부라고 낙인찍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HBM4 베이스다이에 자체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하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HBM4 베이스다이에 TSMC의 12나노급 공정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HBM4부터 고객사가 요구하는 맞춤형 연산 기능을 베이스다이가 일부 수행해야 하는 만큼, 베이스다이 성능이 AI 반도체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씨는 "삼성전자 HBM4가 엔비디아로부터 성능을 인정받는 데에는 자체 4나노 파운드리 공정으로 제작한 베이스다이 영향도 있다"며 "메모리 성능뿐 아니라 파운드리의 선단 공정 경쟁력도 함께 인정받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성과급 지급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매년 초 사업부 실적에 따라 초과이익성과급(OPI)을 별도로 지급한다. OPI는 연봉의 최대 50% 한도에서 책정되며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반영한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사업부별 지급률이 결정된다. 그러나 EVA의 구체적인 산식과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다. 노조 측이 꾸준히 EVA 투명화를 요구해온 배경이다.


A씨는 "단순한 성과급 규모를 떠나 성과급 지급 기준을 투명화하고 이를 제도화하라는 요구가 더 크다"며 "매번 EVA 투명화 요구가 나왔지만 항상 뒷전으로 밀렸고 사측도 산식을 공개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사업지원실(전 사업지원TF)에서 빨간펜으로 채점하듯 임의로 결정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10시 38분경 삼성전자 노사는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의 중재 끝에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A씨는 이번 사태로 삼성전자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A씨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삼성전자가 마치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조직처럼 비친 것 같아 안타깝고 실망스러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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