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2차에 걸친 사후조정에서도 끝내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가운데, 재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삼성전자의 조직 경쟁력과 내부 결속력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측은 '초격차 기술'을 주장하면서도 정작 기술 인재들에 대한 투자와 보상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 역시 성과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데다 반도체부문(DS)을 제외한 다른 사업부 직원들과의 연대마저 약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사태가 봉합되더라도 '승자 없는 협상'이 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20일 삼성전자 노사는 2차 사후조정이 최종 결렬된 후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직접 주재하는 임금협상을 오후 4시부터 재개했다. 2차 사후조정까지 결렬되며 21일 예정된 총파업이 가시화되자 정부까지 직접 중재에 나선 것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사 간 갈등이 이처럼 치닫는 것을 두고 노사 양측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삼성전자가 이번 사태로 드러난 조직 내 갈등과 신뢰 훼손을 봉합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사측에게는 '초격차 기술'을 부르짖으면서도 이번 사태를 통해 기술 인재를 회사의 핵심 자산이 아닌 단순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격차 기술의 본질이 엔지니어 등 인력에 있음에도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전통 제조업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에서는 기술 인재 확보와 유지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인공지능(AI) 업체들이 메모리와 반도체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며 국내 반도체 대기업 평균 연봉을 뛰어넘는 수준의 보상을 제시하는 이유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삼성전자와 같은 하이테크 기업에서 기술자들에 대한 인건비는 비용이 아닌 일종의 투자"라며 "사측은 기술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직도 자산이 아닌 비용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이번 사태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노조 역시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노노 갈등과 DX사업부 차별 논란 등으로 직원 간 연대가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앞서 노조 측 대표로 나선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하면서 이 중 70%를 DS부문에 공동 배분하고, 나머지 30%를 메모리사업부에 지급하는 방안을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적자를 기록하는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와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DX부문 직원 간 성과급 역전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박 대표는 "초기업노조 역시 DX부문 직원들을 배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신뢰를 잃었다"며 "노조는 연대가 없으면 사실상 생명을 잃게 되는데, 내부 구성원들조차 연대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성과급 인상의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면서 시장의 신뢰도 얻지 못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조의 행보가 주주들에게 성과급 확대가 장기적인 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표는 "성과급 지급이 주주들에게 더 큰 이익으로 이어지고, 기업의 지속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며 "그러나 노조 측은 성과급의 본질적인 목적에 대한 당위성 있는 설명을 하지 못하면서 사회적 동의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협상이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결국 승자 없는 협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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