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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차질 30~100조 추산, 각계 "국가경제 치명타"
신지하 기자
2026-05-20 18:33:55
정부·증권가·경제계·외신 경고 잇따라
이 기사는 2026-05-20 18:34:00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수근 중노위원장,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여명구(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이 총파업 예고시점을 하루 앞둔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사후조정 회의를 마친 뒤 협상 결렬 후 퇴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배분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당초 노조가 예고했던 21일 총파업이 현실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파업 강행 시 천문학적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경제계는 물론 학계, 주요 외신까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시장 상황 점검 회의'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최대 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해당 보고서는 청와대까지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 보고서에는 이달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파업이 진행될 경우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가 복구되는 데 약 3주가 소요되며, 이로 인한 생산 차질 규모가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 담겼다. 11~13일 중앙노동위원회 1차 사후조정이 결렬된 직후였던 만큼 정부 안팎의 긴장감이 그만큼 높았다는 얘기다.


노조의 총파업에 따른 직간접 손실이 1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시점에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메모리 공급 병목과 고객사 납기 지연, 가격 변동, 세수 감소 등을 모두 고려한 수치다.

실제로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차질은 개별 기업의 손실을 넘어 수출 감소와 금융시장 불안, 수많은 협력 업체들의 경영과 고용 악화, 국내 투자 위축 등 국민 경제 전반에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라며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가 마주해야 할 경제적 손실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수백개 초정밀 공정을 연속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반도체 생산은 잠시라도 가동이 멈추면 공정 내 제품을 전량 폐기해야 한다"며 "파업으로 웨이퍼 폐기가 발생할 경우 경제적 피해는 최대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도 노조 총파업 현실화로 인한 손실 추정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파업으로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40조원 넘게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KB증권은 지난달 2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노조 측 주장을 인용해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메모리 반도체 라인 가동 차질로 20조~30조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파업 종료 후에도 자동화 라인 재가동과 정상화에 2~3주가 추가로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36%)과 낸드(32%), 평택·화성 사업장 생산 비중을 고려하면 글로벌 공급 차질 규모는 D램 3~4%, 낸드 2~3%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을 앞두고 노사의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이 최종 결렬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걸린 삼성그룹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 반도체 학계 및 산업계를 대표하는 반도체공학회도 총파업 우려에 목소리를 냈다. 반도체공학회는 지난 17일 최기영 회장 명의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협상이 장기화하거나 생산 차질이 누적될 경우 파급은 노사 당사자를 넘어 협력사와 연구계, 후속 인력 양성 단계까지 미칠 수 있다"며 노사 양측에 원만한 협상 타결을 촉구했다. 또 "반도체 산업은 국가 수출의 40%에 육박할 정도로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며 삼성 반도체는 그 중요한 한 축"이라며 "AI 시대 첨단 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경제6단체도 노조의 파업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총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 18일 공동성명을 내고 "삼성전자 노조 파업은 국가 핵심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결정적 시기에 감행되는 대규모 파업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국가적 기회 손실로 이어질 우려가 크고, 파업 강행 시 생산 차질로 글로벌 공급망 내 신뢰 훼손, 고객사 이탈, 국가 신용도 하락이라는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24시간 연속 가동이 필수인 반도체 공정 특성상 파업으로 라인이 멈춰설 경우, 웨이퍼 대량 폐기와 장비 손상은 물론 그로 인한 화학물질 유출 등 대형 안전사고의 위험까지 내포하고 있다"며 "파업이 발생한다면 즉각적으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국민경제 및 산업생태계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2회 국무회의 겸 제9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외신들도 연일 삼성전자 노사 간 협상 결과를 속보로 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AFP통신은 '한국의 반도체 거인 삼성전자 노조 파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삼성전자는 AI부터 가전제품까지 폭넓게 쓰이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핵심 기업"이라며 파업 장기화 시 생산 차질과 막대한 손실 우려를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태로 4만8000명의 노동자가 직장을 이탈하는 상황이 초래됐다"며 "이는 한국 경제 건전성을 위협하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을 교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삼성전자는 데이터센터 서버부터 스마트폰, 전기차 등 기기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활용되는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대 공급업체로, 이번 협상 결렬은 전 세계 기술 공급망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노사 간 협상과 관련해 노조를 향한 직접적인 메시지를 내놔 현재 진행 중인 교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우리가 특별한 보호를 하기도 하지만 노동3권에도 연대와 책임이라는 아주 중요한 원리가 작동한다"며 "노동3권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몇몇 사람만의 이익을 위해 집단으로 뭔가를 관철해내도록 무력을 준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기업을 둘러싼 노동자와 채권자, 소비자, 협력 생태계 등 모든 이해관계인을 고려해야 하고, 일부의 이익을 위해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후 4시부터 경기도 수원 고용노동부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성과급 배분 등 임금협상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교섭에는 노측 대표교섭위원인 최승호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 위원장과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명구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 중재자로 나선 김영훈 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이 자리는 노사 간 자율교섭을 김 장관이 주선하는 형태로, 강제력 있는 중재안 도출을 목표로 하는 중노위 사후조정과는 성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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