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우찬 차장] '몇 주 언제살까?' 지인 윤모씨에게서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A기업 주식을 얼마에 몇 주를 매수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칠순을 맞은 윤씨는 가족의 권유로 올초 주식투자에 입문했다. 여전히 급여 노동자로 일하는 그는 매달 틈날 때마다 A기업 주식을 산다. 개인형퇴직연금(IRP)에도 처음 가입했다.
코스피 지수가 지난주 '7000포인트' 시대를 열었다. 6000선을 넘은 지 70일 만에 7000피 시대를 맞았다. 8000피도 눈앞에 있다. 지난 1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24.24포인트(4.32%) 오른 7822.24에 장을 마쳤다. 윤씨처럼 70대에 접어들어서야 주식투자에 나선 평범한 주린이(주식+어린이·주식 초보자)들도 7000피 시대를 뒷받침했을 것이다.
어린이 투자자가 증가하는 것도 눈에 띈다. 또 다른 지인 이모군은 미취학 어린이로 법정대리인 보호자 동의 아래 주식계좌를 보유하게 된 사례다. 그의 법정대리인 보호자는 자녀가 용돈을 받을 때마다 A기업을 사들였다고 한다. 또 B은행 예·적금 통장에 가입하는 대신 B은행 지주사 종목 장기투자를 선택했다. 신한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미성년자 고객 계좌 개설 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272% 증가했다고 한다.
코스피가 파죽지세로 7000피를 뚫은 데에는 K-산업의 비약도 빼놓을 수 없다. 초호황 국면에 있는 반도체 산업은 7000피 시대의 선봉에 있다. 메모리 반도체 쇼티지 덕분이다. K-전력기기의 도약도 눈에 띈다. 효성중공업·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3사의 3월 말 수주잔고는 합산 32조3500억원이다. 미국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와 AI 데이터센터 확산 속에 K-전력기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7000피, 8000피 시대의 의미는 '부동산 불패 신화'에도 균열을 내기 시작한데서 찾을 수 있다. 자산 70%가량이 토지와 건물에 묶여 있는 한국의 부동산 신화는 결혼과 출산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수도권에서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집을 마련하는데 평균 8년8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활황을 업고 변화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2026 KB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증시 호황으로 주식은 처음으로 부동산을 제치고 최고 유망 자산으로 꼽혔다. 이 연구소가 2018년 부동산 보고서를 낸 이후 주식이 1위를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7000피, 8000피가 반짝 이벤트로 끝나선 안 된다. 9000피, 1만피로 이어지며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자본시장 선순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미취학 아동부터 은퇴를 앞둔 노년층까지 자연스럽게 장기 투자에 참여하는 문화가 자리잡을 때 한국 경제 체질도 더 단단해질수 있다. 토지와 아파트 가격 상승에 기대던 자산 증식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과 산업의 성장에 투자하는 문화가 뿌리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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