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LG화학이 지난해 심규석 전무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선임하면서 석유화학 고부가전환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이번 결정은 LG화학의 CTO 계보가 첨단소재에서 기초소재, 스페셜티(고부가가치)로 점차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국내 석화업체들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 따른 나프타 가격이 상승으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사업재편의 방향성은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LG화학은 지난해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심 전무를 CTO로 선임했다. 1971년생인 그는 서울대 공업화학 학사·석사 과정을 마치고 1997년 LG화학에 입사했다. 이후 기초소재사업본부 전략경영담당, 석유화학사업본부 ABS PVC·가소제 사업부장, ABS 사업부장 등을 거쳐 2023년 HPM 사업부장(넥솔루션사업부장 겸직)을 맡았다. 여기서 넥솔루션사업부는 2023년 석유화학 구보가 전환을 위해 신설된 조직으로 지난해 HPM사업부와 통합됐다.
이에 따라 LG화학의 계보는 유지영→이종구→심규석으로 이어지게 됐다. 전임자였던 유 CTO는 첨단소재사업본부장을 이 CTO는 PVC·가소제사업본부장을 각각 역임했다. 회사의 전반적인 기술 전략과 개발 방향을 설정하는 CTO의 역할에는 변함이 없지만 인사에 따라 LG화학의 사업 무게추가 첨단소재→기초소재→스페셜티로 옮겨졌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실제 LG화학은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를 통해 '석유화학 고부가전환'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추가했다. 이 과정에서 비핵심 자산 정리에 나서는 동시에 서스테이너빌리티사업부를 없애고 넥솔루션사업부를 석유화학본부 산하로 재편시키는 등 조직단의 변화를 꾀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매출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하지 않은 매출을 50조원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특히 이번 인사는 정부 주도의 석유화학 사업재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산업통상부는 대산·충남 대산·울산 등 3대 석화단지의 구조조정안을 제출받고 석화업체의 고부가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 3년 간 2500만톤(t)에 달하는 에틸렌 설비를 증설하고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수익성이 크게 저하된 영향이다. 현재 LG화학은 대산과 여수를 합쳐 약 230만(t)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마침 LG화학은 석유화학부문의 수익성 감소로 적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이 회사의 지난해 별도기준 45조9322억원의 매출과 46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24년(영업손실 6051억원)에 비해 적자 폭이 줄었으나 석유화학부문의 경우 지난해에만 366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전년(영업손실 1040억원) 대비 수익성이 크게 후퇴했다. 이는 LG화학이 지난해 석유화학부문에서만 1조2786억원의 대규모 손상차손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올해에는 수익성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사업전략의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다. LG화학 석유화학부분의 올해 1분기 매출은 4조47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했지만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165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중동전쟁으로 나프타 가격이 상승하면서 기존 저가 원료 투입 시차에 따른 래깅효과가 발생한 것이 주효했다. 다만 이는 본원적 경쟁력 상승이 아닌 착시 효과에 가깝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심 CTO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은 여전하다. 비록 일시적이라도 올해 석유화학부문의 호조는 고부가전환을 주도할 그의 어깨를 한층 가볍게할 요소로 꼽힌다. 시장 관계자는 "래깅효과에 따른 석유화학부문의 실적 개선이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며 "고부가전환이라는 사업의 큰 틀에는 변함이 없다는 가정하에 심규석 CTO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까지는 석유화학부문이 전사 실적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견된다"면서도 "저가 납사 재고가 소진되고 원료 공급 차질 우려가 상존하는 하반기 대응이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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