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리딩뱅크 경쟁의 또 다른 변수는 건전성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 1분기에도 견조한 실적 흐름을 이어갔지만, 동시에 연체율 상승과 충당금 부담 확대라는 과제도 함께 떠안는 모습이다. 특히 생산적·포용적 금융 확대 기조 속 중소기업·취약차주 중심 여신 공급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으로 악화한 부실흡수능력은 시중은행의 공통된 고민으로 부상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의 대응 여력은 아직 수치상 안정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다만 연체율 상승과 충당금 부담 확대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건전성 관리 역량에 대한 시장 우려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 장기화에 더해 최근 고환율·고유가 부담까지 겹치면서 기업과 자영업자 중심의 상환 여력 저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은행의 올해 1분기 원화대출 연체율은 전 분기 대비 일제히 상승했다. KB국민은행의 연체율은 0.35%로 지난해 말보다 0.07%포인트 올랐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0.28%에서 0.32%로, 하나은행은 0.32%에서 0.39%로 각각 0.04%포인트, 0.07%포인트 상승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2017년 1분기(0.4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연체율을 기록했다.
기업대출 부문의 연체율 상승세가 전체 건전성 부담을 키웠다. 올해 1분기 기업대출 연체율은 KB국민은행 0.40%, 신한은행 0.36%, 하나은행 0.44%로 집계됐다. 전 분기 대비 각각 0.12%포인트, 0.05%포인트, 0.0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은행권의 기업여신 확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부실 위험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 기존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하나은행은 상대적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난해까지 0.2%대 후반 수준을 유지했던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해 1분기 0.31%로 상승했다. 이는 2016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체율 상승은 은행들의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NPL(고정이하여신) 커버리지비율 악화로도 이어졌다. NPL커버리지비율은 대손충당금 적립액을 NPL로 나눈 지표로, 은행의 부실 대응 여력을 보여준다. 통상 100% 이상이면 기본적인 손실흡수 여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며, 수치가 높을수록 대응 여력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NPL커버리지비율을 206.01%까지 끌어올렸지만 올해 1분기에는 168.54%로 하락했다. 신한은행 역시 같은 기간 173.10%에서 162.14%로 10.96%포인트 낮아졌다.
하나은행은 담보부 여신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 특성상 타 은행 대비 NPL커버리지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지난해 2분기 이후 130%대 수준을 이어온 것도 이러한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올해 1분기 NPL커버리지비율이 123.48%로 떨어지며 최근 5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한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 권고치(120%)는 웃돌고 있지만 격차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어서다.
그간 시중은행들은 안정적인 NPL커버리지비율 수준 150% 이상으로 잡고 관리해왔다. 실제로 2022~23년의 경우 충당금 확대, NPL 상·매각을 병행한 관리에 집중하면서 200% 안팎 수준의 비율을 유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연체율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충당금 적립 부담과 자산건전성 관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과제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올해부터 생산적·포용적 금융 확대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은행권은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높은 차주 비중 확대 가능성을 고려해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시장에서 제기되는 하반기 금리인상 가능성 역시 차주의 상환 부담을 높여 건전성 관리 부담을 키울 수 있는 변수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선제적인 NPL 상·매각 등을 통해 지표 관리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충당금 적립 확대만으로 대응하기보다 적극적인 NPL 상·매각을 병행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면서도 "생산적·포용적 금융 확대로 시장 여건상 은행들이 NPL 상·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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