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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게임업계 인력 구조조정
조은지 기자
2026.05.26 08:25:14
고비용 저성장 한파에 개발인력 감축 나서…지속가능 생존 전략 필요
이 기사는 2026년 05월 22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겨울을 넘어 꽃피는 봄을 지나 어느덧 여름이 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게임업계의 겨울은 길어지고 있다. 한때 개발자 몸값 경쟁을 벌이던 판교 게임사들이 이제는 희망퇴직과 채용 중단, 조직 재배치를 생존 전략으로 꺼내 들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희망퇴직과 분사 이후 인력이 1년새 35%가량 줄었다는 분석이 나왔고, 크래프톤도 자발적 퇴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넥슨은 신규 채용을 줄이고 기존 인력 재배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데브시스터즈와 엑스엘게임즈 등 중견사에서도 희망퇴직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게임사는 공장이나 설비보다 사람으로 굴러가는 산업이다. 개발자, 기획자, 아티스트, 운영 인력이 곧 회사의 자산이다. 하지만 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비용 절감 대상으로 오르는 것도 사람이다. 팬데믹 시기 급격히 불어난 조직은 시장 성장 둔화와 신작 부진 앞에서 부담으로 바뀌었다. 억대 연봉 개발자가 많다는 점도 회사 입장에서는 고정비 압박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인력 감축이 단순한 비용 조정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임산업에서 사람을 줄인다는 것은 개발 경험과 조직 기억을 함께 덜어내는 일이다. 실패한 프로젝트를 접고 비효율 조직을 줄이는 일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반복되면 회사는 다음 흥행작을 만들 체력까지 잃는다. 신작 리스크가 커졌다고 개발 인력을 줄이고, 개발 인력을 줄였기 때문에 다시 신작 경쟁력이 약해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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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환경도 녹록지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서 최근 1년간 게임 이용률은 50.2%로 전년 대비 9.7%포인트 감소했다. 2024년 국내 게임산업 매출은 23조8515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늘었지만 성장세는 완만해졌다. 수출 역시 85억346만 달러로 1.3% 증가에 그쳤다. 외형은 아직 버티고 있지만 과거처럼 시장 전체가 빠르게 커지는 국면은 아니다.


게임사들이 생존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것은 맞다. 내수 시장은 포화됐고 글로벌 경쟁은 더 거칠어졌다. 하나의 흥행작이 회사를 살릴 수 있지만, 하나의 실패작이 수백억원의 손실로 돌아오는 구조도 더 선명해졌다. 비용 통제 없이 버티기 어려운 산업이 된 것도 사실이다.


다만 지금 필요한 것은 사람을 줄이는 속도가 아니라, 무엇을 남길지에 대한 판단이다. 흥행 가능성이 낮은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것과 개발 역량 자체를 훼손하는 것은 다르다. 단기 비용 절감은 재무제표를 개선할 수 있지만, 다음 성장의 씨앗까지 걷어내면 회사는 더 오래 침체된다.


게임사 잔혹사는 결국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핵심 자산인 산업에서 위기 때마다 사람부터 줄이는 방식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게임업계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몸집 줄이기가 아니다. 실패를 줄이는 개발 구조, IP(지식재산권) 의존도를 낮추는 포트폴리오, 해외 시장에서 통하는 제작 역량, 그리고 남은 인력이 다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조직 신뢰다. 


유난히 길었던 판교의 겨울도 언젠가는 끝나야 한다. 그 끝이 또 다른 감원 명단이 아니라 다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봄으로 이어지길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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