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애경케미칼이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결단 속에 중국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범용 석유화학 제품 축소로 외형보다 내실 경영에 방점을 찍고 신성장 동력에 공들이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경케미칼은 올해 1분기 중국사업 철수 계획을 시장과 공유했다. 100% 종속기업 애경영파화공유한공사가 정리 대상이다. 자회사 유상증자에 참여해 825억원을 투입한 뒤 채무상환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8월까지 자산을 매각하고 청산할 계획이다.
애경영파화공유한공사는 애경케미칼의 해외 종속법인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하는 곳이다. 2022년 기준 연간 매출은 3340억원에 달했다. 다만 범용제품인 가소제를 생산하는 곳으로 중국발 과잉공급 여파로 실적 악화를 거듭해왔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1377억원으로 줄었고 순손실은 110억원이었다. 자본총계 마이너스(-) 119억원으로 자본잠식이었다.
애경케미칼이 중국사업에서 손을 뗀 데에는 오랫동안 화학사업에 관여한 장영신 회장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룹 총수인 장 회장은 1936년생으로 구순에 접어든 고령임에도 애경케미칼 보드진에서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그만큼 화학사업에 애정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이상 범용제품으로 중국과 경쟁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장 회장은 미국 체스트넛힐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 기업인이기도 하다. 애경산업으로 출발한 애경그룹이 화학 쪽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도 장 회장의 역할이 큰 편이었다. 애경유화, AK켐텍, 애경화학이 통합해 2021년 11월 애경케미칼이 출범한 데에도 장 회장이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대 그룹 CEO 자리를 장남에게 물려준 뒤에도 화학 주력 계열사에 남아 사업을 챙겨왔다.
애경케미칼은 중국사업을 접는 대신 해외사업의 무게중심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로 옮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계면활성제 공장을 인수했다. 한국의 청양공장,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잇는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범용제품 축소 작업과 함께 미래사업 확대에는 힘을 준다. 아라미드 핵심 원료인 TPC 생산공장을 지난 3월 울산에 준공했다. HS효성첨단소재, 코오롱인더스트리를 비롯한 주요 소재기업을 타깃으로 영업에 나섰다. 이차전지 소재의 경우 나트륨이온배터리용 하드카본 음극재 사업을 키우고 있다.
애경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애경산업을 매각한 가운데 애경케미칼은 그룹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중국사업 철수가 애경케미칼뿐만 아니라 그룹의 위기 관리 카드로 작용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재계 관계자는 "애경케미칼이 중국사업을 접은 것은 오너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애경그룹이 모태인 애경산업을 태광산업에 매각한 만큼 애경케미칼이 그룹의 구심점이 돼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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