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광미 기자] 반도체 랠리가 이어지면서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담기 위한 상장지수펀드(ETF)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올들어 채권혼합형 ETF 출시가 집중되면서 관련 상품도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하는 채권혼합형 상장지수펀드(ETF)는 총 4종으로 집계됐다. 삼성·키움·하나·KB자산운용이 관련 상품을 상장했다.
이들 상품은 대부분 올해 출시됐다. 배경에는 반도체 대장주 랠리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에만 각각 75.88%(12만8500원→22만6000원), 90.99%(67만7000원→129만3000원) 상승하며 이달 나란히 신고가를 기록했다.
동시에 채권혼합형 구조는 퇴직연금 계좌 규제와 맞물려 수요를 키우고 있다. 연금 계좌에서는 위험자산 투자 한도가 70%로 제한되지만 채권을 포함한 혼합형 ETF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100% 편입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해당 ETF 안전자산 기준 30%로 활용하면 계좌 전체 기준 실질 주식 비중을 최대 85% 수준까지 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도 특징이다.
상품 구조는 대게 유사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약 50% 비중으로 담고 나머지 50%는 국고채 등 우량 채권에 투자한다. 가장 먼저 KB자산운용이 지난 2월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을 선보였고, 이달 삼성자산운용이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을 출시했다. 이어 키움자산운용의 'KIWOOM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하나자산운용의 '1Q K반도체TOP2채권혼합50'도 잇따라 상장했다.
세부 운용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다. 삼성운용과 키움운용은 월배당 구조를 적용해 정기 분배금과 성과 연동 특별 분배를 함께 제공한다. 채권 운용 측면에서는 대부분 1년 내 단기 채권 중심으로 구성하지만 삼성운용은 만기 5년 이내 국고채까지 범위를 확대한 점이 특징이다.
출시 초기임에도 자금 유입 속도는 빠르다. 순자산총액(AUM)은 KB운용이 1조4906억원으로 선두를 기록했고, 삼성운용이 5644억원, 하나운용이 371억원, 키움운용이 357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육동휘 KB운용 ETF상품마케팅본부장은 "반도체 산업의 장기 성장세를 전망하는 투자 수요와 연금 투자 수요가 결합하면서 자금 유입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퇴직연금 계좌에서 반도체 투자 비중을 높이려는 투자자들에게 효율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이 심해지자 보수 할인도 나타나고 있다. KB운용과 하나운용은 연 0.01%로 초저보수를 내세웠고 삼성운용과 키움운용은 0.07% 수준으로 책정했다.
성과는 양호하다. 상장 이후 기준가 기준 수익률은 삼성운용이 12.87%, KB운용이 10.66%, 하나운용이 7.77%, 키움운용이 3.79%로 모두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이런 때문인지 자금 유입이 순조롭다. 본격적인 상품 출시가 마무리된 최근 일주일 동안 KB운용에만 3656억원이 유입됐고, 키움운용 198억원, 하나운용 16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행 규정상 퇴직연금 계좌 내 자산의 30% 이상을 안전자산으로 편입해야 하는데, 혼합형 ETF가 이를 충족하면서 투자 수단으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 투자하는 구조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안전자산 30%를 채우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선택지가 제한적인 상황이라 이번 상품들은 반도체 실적 개선 흐름을 반영하면서도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점이 강점"이라며 "단기 국채 중심 운용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어 개인뿐만 아니라 기관 수요도 함께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내달 22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 출시도 예정돼 있어 관련 상품에 대한 관심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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