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다목적 전투기 FA-50이 KAI의 실적을 이끌어온 베스트셀러라면 초음속 전투기 KF-21은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차기작입니다. FA-50의 성공적인 레퍼런스에 힘입어 KF-21이 양산 전부터 큰 관심을 받는 이유입니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고 유지·보수가 신속한 점은 K-방산의 경쟁력입니다."(KAI 관계자)
지난 24일 경남 사천에 위치한 KAI 공장을 찾았다. 회전익, 고정익, 우주센터로 나뉜 복합 생산기지로, FA-50과 KF-21을 비롯한 K-방산 핵심 기종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고정익 공장에 들어서면 초록빛 기체들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도장 전 초벌 작업인 프라이머가 칠해진 채 조립 중인 FA-50과 KF-21이다. 축구장 3개 크기의 공장 안에서 작업자들의 손길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배선을 깔고 볼트를 조이는 수작업이 한창이었다.
KAI 관계자는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만 20만~30만개, 전선 길이만 40km에 달한다"며 "고도로 숙련된 인력이 없으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한 공정"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는 하루 평균 5000~6000대가 생산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투기 F-16도 40년간 누적 생산량이 6000대 수준이다. 최첨단 전투기 생산이 얼마나 공을 들이는 작업인지 보여주는 수치다.
생산라인은 KF-21 2개, T-50 계열이 나란히 배치돼 있다. FA-50은 월 4대, KF-21은 월 2대 생산된다. 공정 한 스테이션당 20명 이상이 투입된다. 공장에 들어온 기체는 전·중·후 동체 결합부터 시작해 T-50 계열은 약 10개월, KF-21은 약 14개월의 공정을 거친다.
KF-16을 생산하던 시절 나흘이 걸리던 동체 정렬 작업은 레이저 트래커 도입 이후 반나절로 줄었다. KAI 관계자는 "오차 범위가 A4 용지 4분의 1 수준으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밀해졌다"고 말했다.
완성된 기체는 고정익 공장 맞은편 격납고로 이동해 양산 전 최종 점검을 거친다. KAI는 작년에 격납고 6동을 증설해 현재 총 12동을 운영 중이다. 한 곳당 2대를 수용할 수 있다.
KF-21에 쏠리는 기대는 FA-50이 쌓아온 실적에 기반한다. FA-50은 필리핀, 폴란드, 말레이시아 등지에 수출되며 K-방산의 신뢰도를 높여온 기종이다. 최근 필리핀 국방부와 12대 추가 수출 계약을 맺었고, T-50 계열 누적 수출 계약 실적은 11조원을 넘어섰다.
2017년 마라위 전투에서 거둔 실전 성과도 해외 수요처의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KAI 관계자는 "FA-50이 가성비와 후속 정비 서비스 측면에서 쌓아온 신뢰가 KF-21에 대한 글로벌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KF-21은 양산에 돌입해 올해 하반기 공군 인도를 앞두고 있다. 변수는 공급망이다. KAI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알루미늄, 티타늄 등 주요 소재의 납기가 기존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늘어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가용 자재와 인력을 1호기 납품에 우선 배분하는 방식으로 일정을 관리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수출 물류를 압박하고 있다. FA-50 말레이시아 수출분은 올해 말 2대 납품이 예정돼 있지만 수송 경로가 과제로 떠올랐다. 기존에는 대만을 경유해 페리 비행으로 현지에 인도했지만 현재는 대만 경유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본도 상용 접근을 허용하지 않아 기체 분해 후 현지 조립이나 대체 경로 확보를 적극 검토 중이다.
KAI는 이 같은 지정학적 변수를 수출 물류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FA-50을 발판으로 KF-21 수출 추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KF-21은 레이더, 전자광학 표적 추적장비(TGP) 등 주요 항전 장비를 국산화하고 유럽산 공대공 무장을 탑재해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KAI는 지난달 25일 사천 본사에서 KF-21 양산 1호기 출고식을 열었고, 출고 22일 만인 4월 15일 첫 시험 비행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공군 인도는 올해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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