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가 개발을 마치고 실전배치를 앞뒀지만, 정작 공중전의 핵심인 공대공 미사일은 여전히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KF-21은 10년 6개월간의 체계개발을 마무리하고 양산 단계에 돌입했으며, 양산 1호기는 오는 9월 공군에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그러나 외국산을 대체할 국산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개발은 다음 달에야 사업자 선정 절차에 들어간다. 국산 전투기에 정작 국산 미사일을 달지 못하는 상황의 배경엔 뒤로 밀려온 무장 국산화가 있다.
KF-21은 개발 단계에서 미국제 미사일 통합을 추진했다. AIM-120 암람과 AIM-9 사이드와인더가 대상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정책상 수출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계획이 어그러졌다. 이 문제는 지금도 풀리지 않고 있다. 2026년 1월 기준 암람의 KF-21 통합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통합 작업을 자국에서 직접 맡는 방식을 거론하면서, KF-21의 레이더·항전장비 관련 데이터 제공 문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제 통합이 막히자 한국은 유럽으로 방향을 틀었다. 유럽 MBDA의 미티어와 독일 IRIS-T는 통합 계약을 맺고 실제 장착까지 마쳤다. KF-21은 2024년 5월 미티어 첫 실사격에 성공하며, 유로파이터·라팔·그리펜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미티어를 실사격한 전투기가 됐다. 현재 KF-21에는 IRIS-T(단거리)와 미티어(장거리)가 장착되며, 국산 미사일 개발이 완료되면 이를 대체한다는 것이 방침이다.
이처럼 KF-21이 외국산 미사일에 기대게 된 근본 원인은 국산화가 제때 이뤄지지 못한 데 있다. 여기엔 개발 순서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공대공에 앞서 지상 표적을 때리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국산화에 먼저 착수했다. 방위사업청은 2022년 12월부터 2028년까지 약 1900억원을 투입해 KF-21에 탑재할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기술로 개발되는 최초의 공중발사 유도탄이다. 반면 공대공 미사일 사업은 그보다 4년 늦은 올해 말에야 계약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문제는 그 미티어조차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방위사업청은 2024년 11월 MBDA와 미티어 1차분 100발 도입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 물량으로는 최초 양산 20대와 추가 양산 20대를 더한 블록1 40대 전량을 무장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거리 IRIS-T 역시 50발 구매에 그쳐, 40대 전량에 완전 무장을 갖추기 어려운 수준이다. 국산 미사일이 나오기 전까지 공중전 전력을 유지하려면 유럽제 미사일을 수요에 맞게 추가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연된 국산화를 만회할 시험대가 다음 달 열린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난달 29일 '장거리 공대공유도탄 체계개발' 시제업체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 설명회를 열었으며, 사업기간은 2026년 12월부터 2033년 11월까지 약 8년, 일반경쟁 입찰 방식으로 추진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 D&A가 유력 경쟁자로 나섰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공대공 미사일은 고속에서 추력을 유지하며 적기의 회피 기동에 대응해야 해 추진기관 성능이 성패를 가른다"며 "각 사의 유도무기·추진 역량이 정면으로 맞붙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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