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미뤄진 KF-21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국산화가 다음 달 첫 시험대에 오른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추진하는 장거리공대공유도탄 체계개발 시제업체 선정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 D&A 세 곳이 다음 달 제안서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기간만 2026년 12월부터 2033년 11월까지 이어지는 대형 사업으로, 각 사가 쌓아온 유도무기·추진기관 역량이 정면으로 맞붙는 무대다.
세 회사의 강점은 저마다 다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년 넘게 축적한 덕티드 램제트 엔진 연구개발 실적을 앞세운다. 지대지·지대공·공대지·공대공을 아우르는 미사일 체계통합 능력이 강점으로, 지대공 유도무기 L-SAM의 핵심 기술을 ADD와 함께 개발했고 지대지 미사일 상당 부분의 체계통합을 맡아온 경험이 밑바탕이다.
현대로템은 30년 가까이 쌓은 우주발사체·램제트 엔진 기술이 무기다.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충남 서산에 액체로켓엔진 시험장을 구축했고, 이곳에서 장거리 공대공용 덕티드 램제트 엔진을 이미 시험하고 있다.
LIG D&A는 탐색기와 유도조종, 체계종합 역량을 두루 갖췄다. 한국형 GPS 유도폭탄 KGGB와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에 이어 지난해 단거리공대공유도탄-II 체계개발 시제 계약을 따내며 항공유도무기 전문성을 쌓아왔다.
이 사업의 최대 승부처는 미사일의 심장부인 추진기관, 덕티드 램제트 엔진이다. 공대공 미사일은 고속에서 추력을 유지하며 적기의 회피 기동에 대응해야 해 엔진 성능이 성패를 가른다. 특히 흡입하는 공기량에 따라 추력이 달라져 기체 구조와 통합된 설계가 필수적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현대로템과 LIG D&A의 협력이 주목받는다. 두 회사는 지난해 7월 기체구조·추진기관 제작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함께 선정되며 손발을 맞춘 바 있다. 미사일을 날리는 엔진은 로템이, 미사일 외형과 내부 배열을 설계하는 기체구조는 LIG D&A가 맡는 분업 구도다.
이 사업은 미사일을 통째로 한 업체가 가져가는 방식이 아니라 영역별로 사업자를 정하는 구조로, 현대로템과 LIG D&A의 협력은 이 가운데 기체구조·추진기관 영역에 걸쳐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의 이 분업 구도 그대로 이번 체계개발에 입찰한다는 방침으로, 단독으로 뛰는 한화와 이 영역에서 맞붙게 된다.
현대로템이 이 경쟁에 거는 무게는 투자로도 드러난다. 현대로템은 지난 3월 전북특별자치도·무주군과 덕티드 램제트 엔진 등의 연구개발·생산 시설을 조성하는 투자협약(MOU)을 맺고, 2034년까지 약 3000억원을 들여 항공우주 종합 생산기지를 세우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엔진 양산 기반까지 미리 깔며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경쟁 방식은 협상에 의한 일반경쟁계약이다. 특정 업체가 처음부터 사업 전 과정을 독점하기보다, 여러 업체가 각 영역에서 실력을 겨루도록 설계됐다. 특정 회사가 검증 없이 전 과정을 틀어쥐면 견제도 사라진다는 우려에서다. 미뤄진 국산화를 제 성능으로 완주시키는 힘이 결국 경쟁에서 나온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여러 업체가 각 영역에서 경쟁하는 구조는 기술을 끌어올리고 특정 업체 쏠림을 막는 장치"라며 "국산화를 늦지 않게, 그러면서도 제대로 끝내려면 이 경쟁 구도를 어떻게 설계하고 유지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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