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KF-21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사업은 개발과 통합을 각각 다른 업체가 나눠 맡는다. 미사일을 만드는 개발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 D&A가 뛰어들었고, 완성된 미사일을 전투기에 얹는 통합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담당한다. 개발 방식도 미사일 전체를 한 업체에 몰아주는 게 아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이번 공모는 체계완성품과 기체구조·추진기관, 탐색기, 탄두, 신관 등 12개 품목으로 쪼개 사업자를 정한다. 실제로 무기 획득에서 개발 주체와 플랫폼 통합 주체를 나누는 건 드문 방식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무장 개발과 이를 전투기에 통합하는 일의 책임·비용 주체가 사업별로 나뉘어 있다.
분할 발주의 배경엔 기술 성숙도가 있다. 아직 어느 한 곳도 전 영역을 검증된 수준으로 감당하지 못한다. 이번 사업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덕티드 램제트 추진기관부터가 그렇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년 넘는 램제트 연구개발 실적을, 현대로템은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구축한 충남 서산 액체로켓엔진 시험장을, LIG D&A는 탐색기·유도조종·체계종합에서 쌓은 항공유도무기 경험을 각각 앞세운다. 다만 세 곳 중 누구도 완성된 양산 엔진을 손에 쥔 상태는 아니다. 이번 체계개발 자체가 그 엔진을 처음 완성하는 사업이다. 여러 업체를 겨루게 해 기술을 끌어올린다는 경쟁의 취지가 여기서 나온다.
개발만 어려운 게 아니다. 그 미사일을 전투기에 얹는 통합은 또 다른 차원의 과제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사일이 요구 사거리를 날아갈 수 있더라도 KF-21에 실제로 통합했을 때 공기저항이 커지거나 비행성능이 나빠지면 전투기 전체의 비행거리와 무장 능력이 떨어진다"며 "관건은 미사일 자체의 성능만이 아니라 전투기와 미사일 간의 최적화 수준"이라고 말했다. 개발 역량과 통합 역량은 별개라는 의미로, 통합이 독립된 전문 영역으로 다뤄지는 이유다.
시간도 넉넉지 않다. 개발 완료 시점인 2033년까지 8년은 해외 유사 사업에 비춰도 빠듯한 일정으로 꼽힌다. 전체 기간의 절반 이상이 탑재 연동 시험과 비행시험 등 시험평가에 배정돼 있어, 실제 시제품을 만들어 KF-21에 탑재하기까지 확보된 시간은 3년 안팎에 불과하다. 촉박한 일정을 제 성능으로 완주하려면 검증된 실적이 그만큼 중요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로 다른 영역을 다른 손에 나눠두는 데는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도 있다. 추진기관은 기체 개발만큼이나 어렵고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만약 한 업체가 개발부터 통합까지 수직으로 쥔 상태에서 엔진이 일정 안에 제 성능을 내지 못하면, 그 엔진을 써야 하는 기체는 물론 통합 일정까지 함께 흔들린다. 개발과 통합을 나눠두면 한쪽이 삐끗해도 충격이 전체로 번지기 어렵다. 세계적 항공기 업체인 록히드마틴·보잉·다쏘 가운데 기체와 엔진을 모두 자체 제작하는 곳이 없는 것도, 수직계열화가 무조건 정답은 아니라는 판단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경쟁을 유지한다는 의미도 크다. 여러 업체가 각 영역에서 실력을 겨루는 구조는 기술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특정 업체로의 쏠림을 막는 장치다. 반대로 한 곳이 개발부터 통합까지 영향력을 넓혀 판을 틀어쥐면, 견제가 사라지고 경쟁이 주던 긴장도 함께 풀린다. 미뤄진 국산화를 제 성능으로 완주시키는 힘이 결국 경쟁에서 나온다는 시각에서, 이 분리 구조를 어떻게 지켜내느냐가 과제로 꼽힌다.
정부의 협상력도 여기에 달렸다. KF-21은 양산에 들어갔지만 개발이 멈춘 게 아니다. 블록2에 이어 유무인 복합, 전자전기, 스텔스 성능 확대 버전 등으로 계속 진화한다. 이 과제들이 정부 사업으로 추진될 텐데, 한 업체가 개발부터 통합까지 모두 통제하면 정부로선 그 업체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수직계열화가 무조건 정답이라면 세계적 항공 업체들이 엔진까지 다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는데 그렇게 하는 곳은 없다"며 "개발과 통합을 나눠 여러 업체가 겨루게 하는 건 기술을 끌어올리고 특정 업체 쏠림을 막는 장치이자, 정부가 협상력을 쥐는 최소한의 안전판"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