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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KAI 인수 시동…방산 전문화·계열화 제도 폐지 '의미 퇴색'
김태은 기자
2026-08-20 08:00:00
정부 방관 속 커지는 한화의 KAI 지분 확대…방산 생태계 균형 기로
이 기사는 2026-08-19 13:55:55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 본사.(제공=한화)

[딜사이트 김태은 기자]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15.89%까지 확보하며 경영 참여 의지를 드러내면서 독점 이슈가 떠오르고 있다. 과거 독점 해체와 경쟁 촉진을 위해 '방위산업 전문화·계열화 제도'를 폐지했던 정책적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방위산업 전문화·계열화는 방산업체별 전문 분야를 지정하고 협력업체를 수직 계열화한 제도로 1983년 도입됐다. 당시 정부는 방산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분야별 전문기업을 육성해 산업경쟁력을 단기간에 높이고 중복 투자를 막고자 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현대우주항공·삼성항공우주산업·대우중공업을 통합해 출범한 KAI가 항공기 완제기 제작 분야의 유일한 전문업체로 자리 잡는 배경이 됐다. KAI는 이후 10년 넘게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며 국내 항공우주산업을 이끌었다.


2000년대 들어 국내 방산업체들의 기술력이 향상되고 수출 경쟁력도 강화되자 정부는 2008년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해당 제도를 폐지했다. 그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 등 주요 방산기업들은 무인기와 유·무인 복합체계, 항공 분야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경쟁 체제 전환이 한국 방위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최근 한화가 경영권 영향 행사를 목적으로 KAI 지분을 15% 이상 확보하면서 독점 방지와 경쟁 촉진을 위해 해당 제도를 폐지했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등 주요 방산 계열사가 이미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어 KAI에 대한 지배력까지 확대할 경우 한화 중심의 수직계열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사업 조정 과정에서 특정 계열사에 일감이 집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작 이재명 정부는 한화의 지분 매입에 대해 사실상 큰 반응 없이 묵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KAI 최대 주주인 수출입은행이 KAI에 대한 컨설팅 용역 공고를 내면서 사실상 민영화 작업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이 소극적인 경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지분을 확대한 한화의 발언권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한화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 이후 주요 발주를 계열사에 집중시켰던 것처럼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KAI 노조 역시 한화의 지분 확대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한화가 지분 5%를 확보했을 때부터 대주주인 수출입은행에 우려를 전달했으나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며 국가 방산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정부와 국책은행이 방관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현대차그룹, 대한항공, LIG D&A 등 경쟁사들도 한화가 KAI를 인수하면 사실상 국내 방산업계는 한화의 독점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현재 한화는 항공기 엔진과 항공전자장비를 KAI에 납품하는 공급사이자, 우주 사업에선 초소형 위성 체계 후속 양산 사업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다. 한화가 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면 한화가 모든 사업에서 수주를 싹쓸이 할 가능성이 높다.


KAI 노조는 “항공에서는 공급업체, 우주에서는 경쟁업체인 한화의 KAI 경영 참여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공정거래위는 KAI와 한화의 기업 결합 심사를 불허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만약 공정위가 기업 결합을 승인 또는 조건부 승인할 경우,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방위산업의 특성상 일정 수준의 산업 집중을 피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화의 지분 확대 이전부터 KAI가 완제기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온 만큼 방위산업의 독점 구조는 특정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KAI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내부 조직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민영화를 통한 조직개편과 방산 기술력 확대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수직계열화와 독점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제기될 수 있지만 KAI는 정부가 먼저 수요를 발굴하고 기반이 없던 산업을 지원하면서 성장한 기업”이라며 “투자 기반과 고도의 기술력이 KAI의 독점적 지위로 이어진 만큼 KAI의 최대주주가 어느 기업이 되더라도 독점 문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이어 “방위사업은 정부가 원가와 발주 물량을 관리하는 구조여서 일반 민수시장과 같은 독점 폐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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