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한국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선정하며 일곱 번째 시도 만에 매각 성사를 눈앞에 뒀다. 옛 금호생명보험을 인수해 KDB생명으로 간판을 바꾸고 매각을 시도한 지 15년 만에 표류하던 이 보험사에 마침내 새 주인을 맺어줄 수 있게 됐다. 이 배경에는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이 주요 금융사 수뇌부를 상대로 직접 펼친 마케팅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전언이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한국투자금융그룹을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이번 매각 절차는 초기 단계부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예비입찰 단계에서 한투그룹과 한화생명, 흥국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5곳의 원매자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며 새삼 달라진 분위기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이어 본입찰에는 한투그룹을 비롯해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등 3개 금융사가 최종 참여했고 유효한 경합 끝에 한투가 우선권을 거머쥐었다.
KDB생명은 지난 2010년 3월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은행 관리 체제에 편입된 이후 16년 동안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과거 여섯 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했으나 원매자의 중도 포기와 인수 대금 조달 실패 등으로 번번이 거래가 무산됐다. 누적된 결손금과 더불어 새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따른 대규모 자본확충 부담 탓에 시장에서는 이번 일곱 번째 매각 시도 역시 완주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과거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와 건전성 정상화라는 두 가지 과제가 맞물리며 인수 매력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착 상태에 빠졌던 매각 흐름을 반전시킨 것은 박 회장의 직접적인 세일즈 행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학교 학과 동기동창으로 죽마고우로 평가받는 박상진 회장은 매각 주관사나 실무진에만 거래를 일임하지 않고 잠재 인수 후보군 최고경영진과 일일이 직접 소통하며 인수 참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본 입찰에 참여한 한화그룹뿐만 아니라 교보생명 등 대형 금융사 최고위층을 두루 접촉해 산은의 확고한 매각 의지를 전달하고 거래 참여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은행 수장이 전면에 나서 거래 종결성을 담보하고 산은의 지원 의지를 밝힌 점이 원매자들의 신뢰를 얻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보험 M&A 시장에서 좀체 의지를 보이지 않았던 삼성생명이 예비 인수검토에 나선 것은 박상진이라는 브랜드가 아니었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산업은행은 이와 함께 원매자의 현실적인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거래 구조를 유연하게 조율했다. 이 점도 거래 성사의 발판이 됐다는 전언이다. 산은은 과거에 고수했던 매각 희망가 중심의 경직된 태도에서 벗어나 인수 후 정상화에 필요한 유상증자 부담을 실질적으로 감안했다. 구주 매입 가격을 무리하게 책정하지 않는 대신 인수 주체가 경영권을 확보한 뒤 1조원 안팎의 추가 자본확충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했다. 가격 눈높이를 낮추고 사후 정상화 여력을 넓혀준 산은의 유연한 접근이 원매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이 역시 박상진 회장이 지시한 내용으로 전해졌다.
우협에 낙점된 한투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증권과 자산운용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보험업을 통한 장기 투자 자금을 확보할 전략이다. 생명보험사가 보유한 장기 운용 자금을 그룹의 강점인 대체투자와 부동산금융 등 다양한 투자 부문과 연계해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이다. 증권업 중심의 수익 구조를 보완하고 비은행 금융지주로서 외형과 내실을 동시에 다지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투그룹은 산업은행과 조만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상세 실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후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과 금융위원회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면 15년에 걸친 KDB생명 매각 절차는 최종 마침표를 찍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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