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삼성생명이 최근 KDB생명 인수전에서 발을 뺀 가운데, 해외 인수합병(M&A) 전략을 한층 구체화하고 있다. 국내 생명보험 시장의 성장 한계를 해외 사업 확대로 돌파하기 위해 아시아 신흥시장뿐 아니라 미국 등 선진시장까지 M&A 영토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상반기 보험이익이 36% 가까이 감소하는 등 본업 수익성에 부담이 나타난 상황에서 풍부한 자본력을 활용한 해외 사업 확대가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주요 과제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이원삼 삼성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3일 오후 열린 2026년 상반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당사는 이머징 마켓인 아시아 지역과 선진 시장으로 분류되는 미국 등을 포함해 글로벌 M&A 기회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상반기에 외부 컨설팅을 진행한 뒤 해외사업 방향을 수립했고, 단계적으로 사업 계획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이 해외 M&A에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국내 생명보험 시장의 성장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이 CF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국내 생명보험 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기존 중국·태국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M&A까지 병행해 성장 기반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방향성은 최근 KDB생명 인수전에서 본입찰 참여를 포기한 이후 더욱 뚜렷해졌다. 앞서 삼성생명은 지난 1분기 경영실적 발표 당시 보험·자산운용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M&A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후 국내 생명보험사인 KDB생명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도 참여하면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M&A 기회를 검토해왔다.
KDB생명 인수 검토 과정에서는 판매채널과 상품·자산운용 측면의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최종적으로 기대했던 수준의 전략적 효과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CFO는 KDB생명 인수전 불참 배경에 대해 "당초 채널 운영과 상품 운영, 자산 운영 관점에서 전략적인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검토했으나, 전략적 시너지 제고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KDB생명 인수 불발이 국내 M&A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빼겠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삼성생명의 성장 전략에서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무게는 한층 커지는 모습이다. 이 CFO는 "당사의 경우 태국과 중국 사업의 이익 규모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라며 "관련 시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며,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신규 M&A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M&A를 뒷받침할 핵심 기반은 자본력이다. 보험사의 지급여력 수준을 보여주는 K-ICS(신지급여력제도)비율은 M&A 여력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꼽힌다. 보험사가 피인수 기업의 지분을 취득하면 위험액 증가에 따라 지급여력기준금액인 요구자본이 늘어날 수 있고, 인수자금 조달 방식에 따라 가용자본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K-ICS비율이 높을수록 이 같은 자본 부담을 흡수하면서 M&A를 추진할 수 있는 완충력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의미다.
삼성생명은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M&A와 출자에 투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본 규모를 제시하지 않았다. 해외 M&A 역시 보험사로서 자산부채종합관리(ALM)를 우선하면서 수익성과 안정성을 함께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이 CFO는 "보험사로서 ALM을 최우선으로 하되 투자이익 극대화를 위한 다양한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며 "대체투자도 시장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수익성과 안정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이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상반기 실적에서는 투자 부문의 성장과 보험 부문의 부진이 엇갈렸다. 올 상반기 삼성생명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8935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941억원) 대비 35.8% 증가했다. 상반기 투자이익이 1조8580억원으로 1년 전(1조210억원)보다 82% 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반대로 본업인 보험 부문의 수익성은 약화됐다. 상반기 보험이익은 5331억원으로 전년 동기(8310억원) 대비 35.9% 감소했다. 퇴직급여 충당금 526억원과 인건비 증가분 300억원 등 총 826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데다 보험금 예실차 악화도 보험이익을 끌어내렸다. 일회성 비용만으로 전체 보험이익 감소폭을 설명하기 어려운 만큼 보험금 지급 부담 증가도 함께 영향을 미친 셈이다.
실제 상반기 보험금 예실차는 마이너스(-) 1130억원으로 전년 동기 400억원에서 1530억원 악화됐다. 같은 기간 전체 담보 손해율도 80%에서 86%로 6%포인트 상승했다. 보험금 예실차가 마이너스로 확대됐다는 것은 회사가 예상했던 수준보다 실제 보험금 지급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다. 의료서비스 이용 증가에 따른 보험금 지급 증가가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본업의 당기 수익성이 흔들린 것과 달리 미래 보험이익 기반은 확대되고 있다. 올 상반기 삼성생명의 신계약 CSM(보험계약마진)은 1조7175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270억원)보다 20.4% 증가했다. 삼성생명은 연간 3조원 이상의 신계약 CSM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보험 본업의 미래 수익 기반을 유지하는 동시에 해외 M&A를 통해 새로운 성장축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 CFO는 "보험금 예실차는 의료서비스 이용 증가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손실 규모가 다소 확대된 흐름을 보였다"며 "상반기 일회성 요인 등으로 인해 연간 보험손익을 관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나, 연간 3조원 이상의 신계약 CSM을 꾸준히 확보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