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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어닝 서프라이즈의 가려진 숫자
윤종학 기자
2026-08-18 08:25:00
스페이스X 평가익, 50조 거래대금에 최대 성적표…본업 이익개선 살펴봐야
이 기사는 2026-08-14 08:36:30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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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사이트 윤종학 기자] 올해 2분기 증권사들의 성적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숫자였다. 국내 10개 대형 증권사의 2분기 합산 순이익은 약 6조원으로 1년 전보다 140% 늘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주요 시중은행들보다 많은 순이익을 냈다.


증권의 시대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다만 이런 국면일수록 숫자를 그대로 읽기보다 몇 겹을 벗겨보는 편이 시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평가이익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실적을 끌어올린 것은 스페이스X 상장주식 자산의 평가이익 1조6000억원이었다. 자기자본투자(PI)는 증권사의 엄연한 본업이다. 남의 돈을 굴려 보수를 받는 자산운용사와 달리 증권사는 자기 자본으로 직접 투자해 수익을 내는 것이 제도적으로 허용돼 있다. 남들보다 먼저 비상장 우량 자산을 알아보고 들어간 것은 그 자체로 실력이다.


다만 평가이익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이어서 기초자산 가치가 흔들리면 그만큼 되돌아온다. 실제 스페이스X 주가는 2분기 말보다 20% 안팎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3분기에는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이만한 규모의 딜이 매 분기 나오기도 어렵다. PI는 분명 본업이지만 증권사가 가진 여러 본업 가운데 반복성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다음은 시황이다. 2분기 하루 거래대금은 50조원을 넘어섰다. 통상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 국면은 이미 지나갔다. 코스피는 지난달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는 조정을 거쳤고, 이달 들어 일평균 거래대금은 절반 아래로 내려왔다.

위탁매매(브로커리지)는 거래대금에 비례해 들어오는 수수료이고 트레이딩은 가격과 금리의 방향에 그대로 노출된 손익이다. 시황이 만든 이익은 시황이 물러나면 함께 줄어든다. 은행의 예대마진이 매 분기 반복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역대급 실적 성적표를 받아든 증권업계의 반응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고도 목표주가가 낮아진 증권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적 발표 이후에 나온 리포트를 보면 대신증권은 2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지만 목표주가는 오히려 내려갔다. 서프라이즈를 이끈 것이 본업의 실적 개선이 아니라 보유 유가증권의 평가이익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삼성증권과 한국금융지주는 목표주가가 유지됐다. 수탁수수료와 자산관리 등 핵심 사업에서 고르게 실적이 개선됐다는 평가가 근거였다. 물론 리포트 마다 목표주가의 상승, 하락은 다르게 적혀있다. 다만 근거를 통해 시장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얼마를 벌었느냐가 아니라 어디서 벌었느냐다.


역대급 실적은 그 자체로 반가운 일이다. 다만 가려진 숫자들을 걷어내고 나면 과제가 드러난다. 평가이익과 이례적인 거래대금을 덜어낸 자리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 자산관리와 기업금융(IB) 같은 반복 가능한 수익 기반은 그만큼 두꺼워졌는지다. 걷어내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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