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NH투자증권이 대표이사 체제를 1인에서 2인으로 늘리는 경영 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명분은 사업별 책임경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배주주인 농협중앙회와 이를 이끄는 강호동 회장의 실질적인 계열사 영향력을 제도화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단일 대표 체제에서 나뉜 권한 구조는 성과와 통제 사이의 절충 성격을 가지지만 리더십 분열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이사회를 통해 각자대표 체제 도입을 확정했는데, 구체적으로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WM)를 분리해 각각 대표가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로 나뉘었다.
개편 이후 IB 부문은 윤병운 대표가 계속 맡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WM 부문에는 별도의 수장이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 권한은 분산되지만 수익의 중심축인 IB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윤 대표가 현재 가진 입지는 일정 부분 방어했다는 평가다. 다만 단독 대표 시절과 비교하면 영향력 축소는 불가피하다.
내부적으로는 윤 대표의 성과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다. 올해 1분기 실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조직을 쪼갠 배경에는 농협중앙회의 견제 의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책임경영이라는 설명과 달리 실제로는 인사권을 분산 배치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지배구조상 중앙회의 영향력은 이미 확고하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를 통해 NH투자증권을 지배하고 있다. 이번 체제 개편은 그 영향력을 경영 전면에 반영하는 장치로 해석된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취임 이후 이어진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강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증권업 경험이 없는 인사를 대표 후보로 밀어붙이며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이를 막아섰던 이석준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연임에 실패했다. 금융당국이 중앙회의 인사 개입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던 점도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시장에서는 이번 개편을 절충형 시나리오로 본다. 기존 경영진의 성과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배주주의 요구를 일정 부분 반영한 구조라는 의미다. 독립성과 통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차기 WM 대표 후보로는 배경주 전 자산관리전략총괄 전무와 권순호 전 OCIO사업부 전무 등이 거론된다. 배 전 전무는 강 회장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된다. 과거 옵티머스 사태 관련 징계 이력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권 전 전무는 내부 출신으로 성과를 쌓아온 인물이다. 다만 인선 구도 자체가 '균형 맞추기'에 초점이 맞춰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앙회 측 인사와 내부 전문가를 병치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관리하려는 접근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장기적인 부작용을 우려한다.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과도해질 경우 조직의 전문성과 시장 신뢰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NH투자증권은 조만간 임시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각자대표 후보를 압축할 계획이다. 윤 대표의 연임 여부를 포함한 최종 인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표 선임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간 이견이 표면화됐던 사례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체제 개편은 지배구조 영향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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