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금리 상승 여파로 회사채 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발행사들이 외화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김치본드 자금의 원화 전환을 허용하는 규제 완화까지 더해지며 외화채 시장 확대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증권사들은 외화채 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고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주요 증권사 외화채 담당 임원들을 만나 각 사의 차별화된 전략과 경쟁력을 짚어본다.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아시아 채권시장의 헤게모니는 중화권 큰 손들이 쥐고 있습니다. NH투자증권은 이재명 정부 들어 급속도로 호전된 중국과의 관계를 기회로 삼아 아시아 특화 투자은행(IB)으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이성호 NH투자증권 글로벌FI 상무는 29일 "최근 아시아 외화채 시장에서 중화권 자금의 존재감은 더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중국·홍콩·대만 등을 중심으로 한 투자 수요가 확대되면서 개별 딜 기준 해당 비중도 30~60%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미국과 유럽 투자자가 시장을 주도했지만, 2020년 이후 아시아 자금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재편됐다"며 "중국 경제 규모 확대와 외화 유동성 증가로 해외 자산 배분 수요가 급증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실제 중국계 기관투자가의 주문 규모와 배정 비중이 커지면서 일부 딜에서는 중화권 자금이 사실상 수급을 좌우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NH증권은 이러한 흐름을 선제적으로 포착해 중화권 투자자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이성호 상무는 "10년 이상의 축적한 영업망을 통해 국내 최대 규모의 중화권 투자자 네트워크를 확보했다"며 "홍콩 GTC(Global Trading Center)를 중심으로 아시아 투자자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쌓아 안정적인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GTC는 NH증권 홍콩 법인내에서 해외 채권 세일즈앤트레이딩(Sales & Trading)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외화채 사업은 세 축으로 운영된다. ▲운용사업부 산하 글로벌채권운용부 ▲홍콩 GTC ▲IB사업부 내 글로벌 신디케이션부가 그 축이다. 이들 조직이 발행부터 세일즈, 운용까지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아우르는 구조다.
특히 홍콩 GTC는 약 3억달러 규모의 S&T 북(Book)을 운용하며 시장 대응의 전면에 서 있다. 이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유동성을 공급하는 동시에 세일즈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성호 상무는 해당 자본이 단순한 투자 여력을 넘어 실질적인 협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동 주관사인 글로벌 IB들과 금리 테이블 협상 과정에서도 보다 발행사 친화적인 조건을 제안할 수 있다"며 "미매각 물량을 우리가 소화할 수 있다는 전제가 형성되면 글로벌IB들 역시 이에 맞춰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이란 전쟁 등으로 시장은 변동성 국면을 맞고 있다. 글로벌 IB들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유동성 공급을 줄이고 있지만 NH증권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성호 상무는 "시장이 출렁이면서 발행금리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지만 발행사와의 관계를 고려해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일정 수준의 호가를 유지하며 대응하고 있다"며 "원화채 사업으로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적 관계를 고려하면서 시장이 어려울 때 한국 기업들에 수요를 지원해주자는 전략으로 인센티브 구조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서비스 마인드는 실적으로 돌아오고 있다. NH증권은 올해 상반기 한국투자증권과 농협은행 외화채 발행에 공동 주관사 및 북러너로 참여했다. 지난해 아시아 크레딧 발행 건수는 무려 82건이다.
앞으로는 중화권을 중심으로 한 크로스보더 딜을 쌓아갈 계획이다. 이성호 상무는 "중화권 투자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국내외 투자자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강화하려 한다"며 "해외 주요 채권들은 유로클리어 등 국제예탁결제기구(ICSD)를 통해 보관 및 결제되지만 김치본드(한국 발행물)는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서만 이뤄지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를 공격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국채처럼 국제 인프라와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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