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 귀재' 박혜린 회장이 이끄는 바이오스마트그룹의 성장 공식이 시험대에 올랐다. 그룹 내 상장사들의 저평가가 장기화되고, 시장 퇴출 요건 강화와 주주 중심 경영 요구가 맞물리면서 기존의 실적 중심 전략만으로는 기업가치를 설명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딜사이트는 이번 기획을 통해 바이오스마트그룹 주요 상장사를 중심으로 저평가의 원인과 계열사별 리스크, 밸류업 전환 가능성을 점검한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현재 바이오스마트그룹을 이끄는 인물은 박혜린 회장이다. 1968년생인 그는 바이오스마트를 정점으로 옴니시스템, 더라미, 티씨머티리얼즈 등 다수 상장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바이오스마트 지분 19.9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2009년 이후 16년 넘게 그룹 전반을 사실상 지배해왔다.
박 회장이 구축한 지배력은 여전히 공고하지만, 이를 통해 만들어온 '성장 공식'은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은 유지되고 있지만 시장이 요구하는 기업가치 제고에는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인수합병(M&A)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그동안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기업을 인수해 정상화한 뒤 그룹에 편입시키는 방식으로 외형을 키워왔다. 이른바 '턴어라운드 M&A' 전략이다. 위기 기업을 되살리는 데는 성과를 냈지만, 인수 이후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는 단계에서는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바이오스마트그룹은 스마트카드, 의약품, 결제, 화장품, 도서, 중전기 등으로 사업 영역이 넓게 분산돼 있다. 본업은 신용카드 및 메탈·IC 카드 제조이며, 대부분의 사업은 자회사를 통해 운영된다.
문제는 포트폴리오가 '다각화'가 아닌 '분산'에 가깝다는 점이다. 계열사 간 시너지나 내부 연결성이 제한적이고, 각 회사가 독립적으로 실적을 내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이로 인해 그룹 차원의 통합된 성장 스토리와 밸류 프리미엄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적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다. 바이오스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828억원, 영업이익 22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큰 변화가 없지만 영업이익은 11.5% 증가했다. 계열 상장사들도 전반적으로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더라미를 제외하면 대부분 안정적인 수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실적과 주가의 방향은 완전히 엇갈린다. 티씨머티리얼즈를 제외한 주요 계열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를 밑돌고 있다. 이는 시장에서 해당 기업들이 청산가치 이하로 평가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가 흐름도 부진하다. 옴니시스템은 동전주로 전락했고, 바이오스마트그룹에 편입돼 시장에 가까스로 생존한 더라미 역시 1000원 초반대까지 하락했다. '생존에는 성공했지만 투자 매력은 잃은 기업군'이라는 평가가 뒤따르는 배경이다.
이 같은 저평가의 배경으로는 지속적인 주주환원 부재와 제한적인 시장 소통이 꼽힌다. 박 회장은 배당, 자사주 매입, IR 등 자본시장 친화 정책보다는 실적 개선에 초점을 맞춰왔다. 박 회장은 실적으로 기업가치를 증명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그룹 내 상장사 가운데 배당을 실시한 곳은 바이오스마트가 유일하다. IR 역시 지난해 상장한 티씨머티리얼즈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무하다. 그마저도 기관 중심으로 진행돼 일반 주주의 접근성은 제한적이었다. 결국 '실적으로 증명한다'는 전략이 시장에서는 '설명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경영 방식은 최근 들어 구조적으로 지속되기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2차 상법 개정안에 이어 올해 3월 3차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주주 보호 장치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가주에 대한 관리 기준 강화까지 더해지며 일부 계열사는 '상장 유지' 자체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동전주 상태인 옴니시스템은 하반기부터 관련 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이 크고, 더라미 역시 영향권에 놓여 있다.
또 다른 변수는 중복상장 규제다. 현재 논의 중인 방안은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구조다. 이는 인수 기업을 별도로 상장시키며 외형을 확장해온 바이오스마트그룹의 성장 공식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변화다.
특히 자회사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독립성과 의사결정 자율성이 요구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재 그룹은 바이오스마트(대표 윤호권)를 제외하고 박 회장이 주요 계열사 대표 및 사내이사를 겸직하는 '1인 중심 구조'에 가깝다. 이 같은 구조는 향후 추가 상장이나 구조 개편 과정에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그룹 내부에서도 변화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지주사 격인 바이오스마트는 최근 자사주 88만9896주를 전량 소각했다. 3월27일 기준 약 37억원 규모다. 그동안 소극적이던 주주환원 정책에서 한 발 나아간 첫 사례라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이를 전략 전환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관건은 지속성이다. 이번 조치가 일회성에 그칠지,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될지가 기업가치 재평가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바이오스마트를 시작으로 주주환원 정책과 IR 확대가 이어질 경우 장기간 고착된 저평가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변화가 제한적일 경우 디스카운트는 더욱 구조화될 수 있다.
바이오스마트 측은 신중한 입장이다. 바이오스마트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긴 어렵지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당장 큰 변화는 어렵겠지만 점진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에) 변화를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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