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지난해 인가 불허로 잠정 중단됐던 제4인터넷전문은행(인뱅) 설립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이 포용금융 확대를 명분으로 재추진 필요성을 제기하면서다. 다만 금융당국과 업계에서는 실효성과 명분 부족을 이유로 신중론이 여전히 우세해 정책 추진 탄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와 학계를 중심으로 제4인뱅 재추진 필요성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열린 '중단된 제4인터넷뱅크, 재추진 필요한가' 토론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 편의성과 경쟁 확대에는 기여했지만, 서민·소상공인 등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접근성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도 유사한 문제 의식이 나오고 있다. 송민택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여신 구조가 가계대출 중심으로 편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체 여신 중 약 93%가 가계대출, 개인사업자 비중 약 8%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인터넷전문은행을 포함한 금융권 전반이 소상공인·개인사업자 금융 공급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기존 비판과 맞닿아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근거로 제4인뱅 인가 재추진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특화 금융 플랫폼을 추가로 도입해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에도 불구하고 실제 금리 수준이나 승인 문턱 측면에서는 체감 개선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정책 추진 명분으로 거론된다.
금융권에선 금융 소비자 선택권 확대 측면에서 신규 인가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기반 금융으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면 개인 사업자 대출 문턱이 낮아지면서 비대면 금융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당국과 업계의 시각은 신중하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가 단순 경쟁 확대를 넘어 금융 시스템 안정성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충분한 자본력과 사업 모델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는 소소뱅크·소호은행·포도뱅크·AMZ뱅크 등 4개 컨소시엄에 대해 자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제4인뱅 예비인가를 모두 불허한 바 있다. 당시 심사에서는 수익성 확보 가능성과 기존 인터넷전문은행과의 차별화 전략 부족 등이 주요 한계로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도 설득력 있는 목표 설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이미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전체 신용 대출의 30% 이상으로 확대하며 정책 목표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인가의 정책적 필요성이 약하다는 주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라이선스는 국가적으로도 비용이 수반되는 사안인데 이를 정당화할 만큼 명확한 정책 목표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책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적 변수도 주요 고려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4인뱅 논의가 선거 국면에서 정책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인사업자·자영업자층을 겨냥한 정책 메시지라는 해석이다. 실제 과거에도 은행업 구조 개편 논의는 선거 시기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해왔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연속성 저하가 추진 동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금융위원회가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제4인뱅 설립이 전 정부의 공약 과제로 시작됐다는 점이 현재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포용금융이라는 큰 방향성 외에 제4인뱅이 기존 인터넷은행과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구체적인 역할 정의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단기간에 결론이 날 사안이라기보다 정책적 정당성을 축적해 나가는 과정을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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