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사명을 바꾸고 디지털자산 트레저리 사업 중심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때 대형 기술이전 성과로 기대를 모았던 바이오 신약 개발사는 핵심 파이프라인 좌초 이후 경영권 매각과 사업 재편을 거쳐 '파라택시스코리아'로 재편됐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전환을 성장 전략이라기보다 바이오 본업의 동력이 꺼진 뒤 선택한 생존 시나리오에 가깝다는 평가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파라택시스코리아는 지난 7일 코스닥 상장사인 파라택시스이더리움과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합병 후 존속법인은 파라택시스이더리움이며, 합병 완료 뒤에도 코스닥 상장 지위는 파라택시스이더리움을 통해 유지될 전망이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에서 사명을 바꾼 파라택시스코리아가 사업 재편의 출발점이었고 이번 합병 거래에서 상장 틀을 유지하는 법적 주체는 파라택시스이더리움인 셈이다.
◆신약 BBT-877 좌초 이후 본업 흔들…7년 누적 순손실 1815억
파라택시스코리아의 전신은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다. 신약개발 전문 바이오텍으로 출발한 이 회사의 간판 파이프라인은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BBT-877'이었다. 지난 2019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약 11억 유로(1조9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바이오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판세가 뒤집힌 건 이듬해다. 2020년 베링거인겔하임이 계약을 해지하면서 권리는 다시 브릿지바이오로 돌아왔다. 회사는 독자적으로 글로벌 임상 2상을 이어갔지만 2025년 4월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하며 사실상 개발이 좌초됐다. 6년을 끌어온 핵심 파이프라인이 무너진 셈이다.
핵심 파이프라인 실패는 연구개발 차질에 그치지 않았다. 추가 기술이전을 통한 현금 확보 시나리오가 사실상 막히면서 회사의 재무 부담과 상장 유지 리스크도 함께 커졌다.
이 과정에서 파라택시스코리아의 재무체력은 크게 하락했다. 실제 브릿지바이오의 지난 2019년 매출은 582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억원, 13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0년에는 매출 63억원, 영업손실 195억원, 당기순손실 192억원으로 전년 대비 실적이 크게 내려앉았다.
이 여파는 지난해까지 이어지며 7년간 누적 순손실은 1815억원, 누적 결손금은 1804억원으로 자본잠식 직전까지 도달했다. 이 회사의 최근 3년간 매출은 전부 자회사 엘립스진단의 소액 매출에서 발생했다.
정작 본업이었던 바이오 기술이전 수익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전무했다. 결국 부족한 현금은 증자로 메워왔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로 조달한 금액은 약 800억원에 달한다.
실제 파라택시스코리아의 전신인 브릿지바이오의 지난 2024년 감사보고서에는 "5개년 연속 순손실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이 있다"는 강조사항이 명시되기도 했다.
◆상폐 기로에서 경영권 매각…파라택시스 체제로 전환
구조적 위기를 결정지은 건 코스닥 상장 규정이었다. 브릿지바이오는 2025년 3월 최근 3년간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비율이 2회 이상 50%를 초과해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회사는 당시 BBT-877의 추가 기술이전으로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같은해 4월14일 임상 2상이 실망스러운 결과로 마무리되면서 기술이전을 통한 자금 확보 경로 자체가 막혔다.
결국 회사는 독자 생존보다 외부 자본 유치와 경영권 매각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상장 리스크를 자체 사업 성과로 해소하기 어려워지자 사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난해 6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디지털 자산 헤지펀드 파라택시스 캐피털 매니지먼트(PCM)가 브릿지바이오에 250억원을 투자해 경영권 지분을 인수했다. 이후 사명은 '파라택시스코리아'로 바뀌었다.
경영진도 대거 교체됐다. 에드워드 진 PCM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파라택시스코리아 이사회에 합류했고, 앤드류 김 파트너가 대표이사를 맡았다. 창업자인 이정규 공동창립자는 바이오텍 사업을 계속 이끌며 이사회 멤버로만 남았다.
◆바이오 실패 뒤 코인으로 옷 갈아입기…상장사 재활용 논란
시장에서는 이번 전환을 단순한 사업 재편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상장사가 성장성이 둔화한 기존 사업을 정리하고 유망 분야로 이동하는 일 자체는 낯설지 않다. 다만 핵심 파이프라인 실패로 본업의 동력이 꺼진 기업이 상장 지위를 유지한 채 디지털자산 트레저리 사업으로 급선회하는 구조는 일반적인 체질 개선과는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시장 일각에서 이를 신사업 확대보다 '상장사 재활용'으로 받아들이는 배경이다.
바이오기업은 통상 임상 진전과 기술이전 가능성을 근거로 장기간 적자를 감수하며 자금을 조달해 왔다. 그러나 핵심 파이프라인 좌초 이후 디지털자산 트레저리를 새 본업으로 내세우는 순간 투자 판단의 전제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바이오 실패 이후 새로운 테마를 얹어 시장의 관심을 연장하는 구조라면 성장 전략보다 생존 시나리오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투자자 보호 측면의 우려도 적지 않다. 디지털자산 트레저리 사업은 자산 가격 변동성이 재무와 주가에 직접 반영될 수 있다. 여기에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합병까지 맞물릴 경우 기존 주주가 감내해야 할 희석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실패한 본업 뒤에 남은 상장 지위에 디지털자산 사업을 덧씌우는 방식이 반복될 경우, 자본시장이 혁신 기업보다 테마에 올라탄 생존형 법인을 키우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이와 관련해 파라택시스 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인수와 사명 변경은 파라택시스 홀딩스가 한국 시장에서 비트코인 트레저리 플랫폼을 본격화하는 출발점이었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 이정규 전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는 파라택시스코리아 사내이사 겸 부사장으로 바이오 사업을 맡고 있으며 기존 바이오 지식재산권의 기술이전과 수익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비트코인 트레저리 전략을 펼치고 있는 비트맥스 역시 최대주주 변경 이후 사명을 변경하고 DAT(디지털 에셋 트레저리) 사업으로 전환한 바 있다"며 "파라택시스도 소프트웨어 중심 사업을 하다가 DAT 기업으로 전환한 만큼, 이런 흐름 자체를 두고 지나치게 이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