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대한항공이 국가정보원 고위직 출신 임원을 정보보안실장으로 새롭게 영입했다. 오는 12월 예정된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에 따라 글로벌 10위권 규모의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재탄생하는 만큼 정보보안과 위기관리 체급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고위 공무원 경력, 올 3월 입사…연말 아시아나 합병 대비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 3월 이대성 전무를 신규 채용하고, 사내 정보보안을 총괄하는 정보보안실장 보직에 임명했다. 1969년생인 이 전무는 한양대 전자통신공학과를 졸업했으며, 국정원에서 부이사관(3급)을 지낸 경력이 있다.
이 전무가 국정원 출신인 만큼 이 전무와 관련해 공개된 정보는 많지 않다. 국정원 내 핵심 간부급으로 분류되는 부이사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대한항공이 사내 보안 컨트롤타워의 위상을 격상하기 위해 상당한 무게감을 가진 인사를 전격 수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전까지 대한항공 정보보안실장은 임지영 상무가 담당했다. 하지만 임 상무는 지난해 8월 아시아나항공으로 파견 발령을 받았다. 대한항공으로의 흡수합병 시점이 도래하는 만큼 양사 정보보호 시스템을 통합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었다. 임 상무로 공석이 된 정보보안실장 자리는 최희정 IT전략실장(상무)이 겸직했다.
항공사는 고객 여권번호와 출입국 기록, 금융기록 등 민감 정보를 다루는 만큼 정보보호의 중요성이 높다. 예컨대 대한항공은 법적 자격 요건을 갖춘 임원급 인력을 정보보호 최고책임자(CISO) 겸 개인정보 보호책임자(CPO)로 임명하고, C레벨 주재 하에 정기적인 정보보보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또 한국 개인정보책임자협의회(K-CPO) 회원사로 참여하며 정보보호 관리체계 수준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아울러 다양한 국적의 고객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유럽연합(EU) GDPR과 중국 데이터3법 등 주요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2024년 9월 중국 데이터 3법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정보의 중국 국외 이전에 관한 '표준계약'을 체결하고 중국 정부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았다는 점은 회사의 기술·관리적 안정성을 입증 받은 사례다.
◆ 하늘길 이용객 3명 중 1명이 통합사 이용…보안 역량 강화 목적
눈길을 끄는 점은 대한항공 정보보안 총괄 조직의 위상 변화다. 기존에는 상무급 임원이 맡던 정보보안실장을 전무급으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두 대형 항공사의 통합 데드라인이 명확해진 만큼, 이에 걸맞은 전사적 정보보안 체계를 구축하고 보안 컨트롤타워의 체급을 대폭 키우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총 30만4242편을 운항했으며, 5420만1180명을 실어 날랐다. 운송한 화물은 189만6002.8톤(t)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두 공사에 집계된 총 운항편수는 91만2744편이었고, 여객과 화물은 각각 1억5604만4605명, 358만8118.8톤이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하늘길을 이용하는 승객 3명 중 1명(34.7%)은 통합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것이고, 화물시장의 경우 과반인 52.8%를 독점하게 된다. 국제선 거점인 인천공항 기준 화물 점유율은 55.6%까지 치솟는다.
항공업계에서는 통합 대한항공이 연간 5400만명의 민감한 개인 정보와 국가 수출입 물류 정보의 절반 이상을 처리하게 되는 만큼, 보안 컨트롤타워의 수장을 격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가 정보기관 출신의 영입으로 전사적 방어벽을 견고히 구축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양 사 합병 이후 전개될 저비용항공사(LCC) 거대 통합 조치도 있다. 내년 1분기 내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3사의 통합법인 출범은 향후 통합 대한항공 산하에서 관리·감독해야 할 정보 인프라와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해킹·정보유출 등 위협 증가세…이 전무 위기대응 능력 활용 기대감
대한항공의 이 전무 영입은 그가 보유한 고도의 정보 거버넌스 전문성과 역량을 바탕으로 추후 발생할 수 있는 후속 돌발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항공·물류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고객 정보와 운항 데이터, 물류 정보 등 핵심 자산에 대한 보안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기업을 겨냥한 해킹과 정보 유출 등 사이버 위협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고위직 수혈의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국정원 출신인 이 전무의 위기대응 경험으로 그룹 차원의 보안 체계를 고도화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 전무는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인프라 전반 '침해 진단(Compromise Assessment)'을 통해 인수합병(M&A) 보안 리스크 실사를 완료하고, 미래 인공지능(AI) 위협 대응 위해 'AI 기반 탐지 및 대응 체계'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정보보호 관리체계 수준을 지속 향상 시킬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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