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스페인 동박공장 건립 연기 결정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와 맞물려 재평가받고 있다. 기존 예정돼있던 투자금을 최근 수요가 크게 늘어난 AI용 회로박(HVLP)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전지박 생산능력(CAPA) 확대를 위해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다. 특히 HVLP의 경우 전지박에 비해 마진이 두 배 이상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라는 점에서 향후 실적 턴어라운드의 핵심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에너지머티는 2024년 8월 스페인 스마트팩토리 완공 시점을 기존 2025년에서 2027년 6월로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앞서 이 회사는 스페인 카탈루냐주 몬로이치 지역에 총 5600억원을 투입해 연산 3만톤(t)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용 하이엔드 동박 공장을 건립한다는 계획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지난 2024년 스페인 공장에 투입하려던 시설투자금(CAPEX)은 1800억원에서 350억원으로 줄었고 말레이시아 공장 투자금액은 230억원에서 350억원으로 확대됐다.
이 회사가 투자 계획을 연기한 이유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으로 유럽 내 배터리사들의 증설 계획이 유보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롯데에너지머티도 실적 부진을 겪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67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4.9% 감소했으며 같은기간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1452억원, 1672억원으로 집계됐다. 결국 스페인 공장은 유럽 내 전기차 시장 회복세에 맞춰 지난해 8월 첫 삽을 떴고 2028년에서야 상업생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해당 결정은 신의 한 수가 되는 모양새다. AI 데이터센터의 확대로 HVLP와 ESS용 전지박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서다. 이에 롯데에너지머티도 투자 방향성을 일부 조정했다. 익산공장의 AI용 회로박 생산라인을 페이즈1, 2로 나눠 증설하고 2027년까지 CAPA를 기존 3700t에서 1만6000t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페이즈2 단계까지는 후처리 공정 신설에 약 5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동박 생산거점 역할은 말레이시아 공장이 이어받는다. 현재 롯데에너지머티는 말레이시아 5·6공장 증설이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연내 상업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해당 공장은 북미를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ESS용 전지박 수요에 대응한다. 실제 이 회사의 ESS 전지박 수요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적자 폭(2025 1Q 영업손실 460억원→2026 1Q 영업손실 50억)을 크게 줄였다. 특히 지난해 43%에 머물렀던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률은 올해 상반기 60~70%, 하반기 80~90%대로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에너지머티는 추가적인 증설 계획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2028년 이후 익산공장의 HVLP CAPA를 1만t 확대하는 건과 말레이시아 7·8공장 증설이 주로 언급된다. 향후 추가 증설 과정에선 수 천억원 단위의 투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가 지난달 자회사인 롯데에코웰 지분 90%(55만620주)를 1708억원에 매각하며 유동성을 확보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물론 이는 실적과 현금흐름이 개선된다는 전제에서다. 현재 증권업계에서는 롯데에너지머티의 HVLP와 ESS용 전지박 사업 비중 확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체질 개선이 순조롭게 이행될 경우 내년에는 52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뤄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SS와 회로박 중심의 체질 개선 노력으로 판매량 비중에 유의미한 변화가 예상된다"며 "ESS는는 삼성SDI의 북미 라인 전환에 따른 낙수효과가 기대되고 회로박은 국내 CCL 업체를 통한 북미 고객사 매출 확대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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