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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1년, 금융의 물줄기
임초롱 기자
2026.06.09 08:25:13
생산적 금융·대출 규제 실험…통제 아닌 시장논리 고려해야
이 기사는 2026년 06월 08일 08시 3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1년간 금융정책의 핵심어는 단연 '생산적 금융'이었다. 정부는 금융의 물줄기를 부동산과 가계대출 중심 구조에서 자본시장과 첨단산업, 혁신기업으로 돌리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은행이 담보를 쥔 안전한 차주에게만 돈을 빌려주는 관행에서 벗어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자금을 공급해 우리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자본시장은 부동산을 대체하는 투자처가 돼야 한다는 메시지도 이어졌다.


성과는 있었다. 금융사들은 앞다퉈 생산적 금융 공급계획을 발표했고, 자본시장에서는 코스피가 8000선을 넘어서며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의 상징적 성과로 평가받았다. 부동산에 묶여 있던 자금이 증시와 기업금융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정부의 메시지는 적어도 시장에 강한 신호를 줬다.


그러나 정책의 의도대로 금융의 물줄기를 바꾸는 일이 이뤄졌다고 평가되고 있진 않다. 국토교통부에서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주식·채권 매각 대금을 활용한 서울 주택 매입 규모는 2024년 2조2545억원에서 지난해 3조8916억원으로 늘었다. 가장 최근 집계치인 올해 4월에는 한 달 동안에만 아파트 매입에 투입된 주식·채권 매각 대금이 5932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증시에서 수익을 실현한 자금 상당 부분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주택금융 시장에서는 대출 규제와 세제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고 했던 정책들이 거래량 가뭄을 부추기면서 실수요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다주택자들의 투기 수요를 잠재워 부동산 시장의 건전성을 제고하겠다고 했던 정책 방향은 전월세 시장까지 옥죄는 결과를 낳았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현금 동원력이 있는 자산가와 그렇지 못한 실수요자 간 격차가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중간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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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금융 역시 어떤 자금이 실제 혁신기업과 산업 경쟁력 강화로 흘러갔는지, 기존 기업대출이나 보증부 대출을 새 이름으로 다시 분류한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도 있다. 기준이 모호하면 성과는 쉽게 부풀려지고, 금융회사는 리스크 심사보다 정책 호응 경쟁에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실적 경쟁에 매몰된다면 또 다른 왜곡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생산적 금융은 단순히 공급 규모만 늘린다고 되는 게 아니라 시장이 성장 가능성을 인정하는 기업과 산업에 자금이 흘러갈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금융은 공공성을 띤 산업이지만 동시에 가격과 위험, 수익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시장의 논리를 거스르는 정책은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정책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지만 시장의 기능까지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금융의 물줄기를 바꾸고 싶다면 시장을 통제하려 하기보다 시장이 스스로 움직일 유인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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