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올해 벤처캐피탈(VC) 업계 최대 격전지로 꼽힌 국민성장펀드 대형 부문 위탁운용사(GP) 선정전에서 업계 1위인 한국투자파트너스가 낙마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자타공인 일인자인 한국투자파트너스가 고배를 마신 반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최종 GP 자리를 꿰찼는데 시장에선 운용자산(AUM) 규모보다 초대형 펀드 조성 및 운용 경험이 이번 승부를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VC 업계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 간접투자 분야 2026년 1차 위탁운용사 선정 결과 대형 부문 GP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가 선정됐다. 앞서 접수 단계에서는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우리벤처파트너스, 스틱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 10곳이 지원해 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형 부문은 운용사당 최소 5000억원 규모의 자펀드를 조성해야 한다.
단순 체급과 평판만 놓고 보면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이번 대형 부문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거론돼 왔다. 한투파는 운용자산(AUM) 기준 국내 1위 자리를 2013년부터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은 독보적인 톱티어 VC다. 바이오 투자의 대부로 통하는 황만순 대표의 높은 네임밸류는 물론 모기업인 한국투자금융지주의 든든한 지원 기반도 갖췄다.
다만 이번 국민성장펀드 대형 부문에 선정되면 최소 5000억원 이상의 대형 펀드를 조성해야 하는데 이 점에서 에이티넘이 한투파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초대형 단일 펀드를 실제로 조성하고 운용해본 경험이 핵심 평가 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에이티넘은 펀드 수보다 펀드당 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대형 블라인드 펀드 운용 역량을 입증해온 운용사다.
한투파는 지난 2022년 결성한 4830억원 규모 '한국투자 Re-Up II 펀드'를 제외하면 단일 펀드로 4000억원을 넘긴 전례가 없다. 다수의 중소형 펀드를 쪼개어 운용하는 구조다. 반면 지주사 지원이 없는 에이티넘은 단일 펀드 대형화로 존재감을 키워왔다. 에이티넘은 2017년 3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시작으로 2020년 5500억원, 2023년에는 86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펀드를 결성했다. 단일 펀드 규모로는 국내 VC 중 가장 큰 수준이다.
결국 8000억원 이상의 초대형 블라인드 펀드를 성공적으로 운용해 본 에이티넘의 경험이 5000억원 이상 펀드를 움직여야 하는 출자사업에서 LP에 더 높은 점수를 받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VC 관계자는 "국민성장펀드 대형 부문에선 이름값보다 실제로 메가 펀드를 조성하고 굴릴 수 있는 지가 검증됐다"고 전했다.
인력 이탈률 등 하우스 안정성 지표도 심사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한투파는 업계 내에서 철저한 성과주의와 강도 높은 내부 통제로 유명하다. 이로 인해 심심치 않게 인력 이탈이 발생해 왔다. 대표적으로 현재 에이티넘에서 게임·콘텐츠 부문을 이끄는 박상호 전무 역시 한투파 출신이며 바이오벤처 에이비엘바이오를 발굴하며 주목받은 김연준 상무도 지난해 12월 한투파를 떠났다. 하우스의 위상 덕에 인력 충원은 원활하지만 핵심 인력의 잦은 이동은 운용 연속성의 감점 요인이라는 해석이다.
국민성장펀드 GP 지위를 확보한 에이티넘은 올해 목표로 내건 1조원 펀드 결성에 탄력을 받게 됐다. 지주사를 보유하지 않은 에이티넘 입장에서는 이번 선정이 대형 펀드 조성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반면 고배를 마신 한투파는 당분간 펀딩 전략을 수정하며 전열을 재정비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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