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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방 3세 이원섭, '전략적 후퇴'로 승계 장악력 키웠다
이세정 기자
2026.06.08 08:00:16
국민연금 견제·밸류업 이슈에 세방전지 사내이사 사임…지주사 연임 성공
이 기사는 2026년 06월 04일 15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의순 세방그룹 창업주(왼쪽), 이상웅 회장(오른쪽 아래)과 아들 이원섭 전무(오른쪽 위)(출처=세방 홈페이지)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세방그룹 오너 3세인 이원섭 전무가 올 3월 핵심 계열사인 세방전지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난 배경을 두고 업계 안팎의 해석이 분분하다. 표면적으로는 이상웅 회장의 겸직 논란에 반기를 든 국민연금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전무가 지주사격 세방의 사내이사직을 지켰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승계 장악력을 키우기 위한 우회로를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이원섭 전무, 세방전지서 경영 성과 입증…사내이사 임기 종료 후 미등기로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 전무는 올 3월 세방전지 사내이사에서 임기 만료로 물러났다. 1991년생인 이 전무는 이 회장 외아들로,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삼정KPMG를 거쳐 2022년 세방그룹 경영전략실장으로 입사했다. 후계 코스를 밟기 시작한 이 전무는 세방과 세방전지에서 해외사업·투자 담당임원을 겸직했고, 2023년 3월 각 사 사내이사로 동시 선임됐다.


'로케트배터리'로 유명한 세방전지는 세방그룹 주력 계열사다. 이 전무가 지주사인 세방과 함께 세방전지에서 초기 경력을 쌓은 이유는 차기 총수로서 확실한 경영 성과를 입증하기 위한 행보와 연관이 있다. 특히 세방전지의 경우 미래 성장성이 담보된 회사로 주목 받고 있다. 친환경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세방전지의 하이테크 납축전지인 AGM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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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22년 연결기준 연간 매출 1조4731억원과 영업이익 811억원을 기록한 세방전지는 이 전무가 합류한 2023년 매출은 14% 증가한 1조6848억원, 영업이익은 1299억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간 연평균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률은 각각 13.5%와 28%로 집계됐다. 세방전지는 오너 3세 체제에서 견조한 외형 성장은 물론, 질적 성장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 국민연금, 오너가 견제…이의순·이상웅 선임 '매년 반기'


업계는 이 전무가 3년 만에 세방전지 이사회를 떠나 미등기임원으로 돌아간 주된 요인으로 국민연금을 꼽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의 세방과 세방전지 지분율은 각각 5% 미만, 7.4%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가진 상징성과 대외적 파급력을 고려하면 오너일가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연금은 세방그룹 오너일가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표를 행사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세방그룹 창업주인 이의순 명예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상정된 2014년 세방과 세방전지 정기 주주총회에서 모두 반대표를 행사했다. 세방의 경우 2017년에는 이 명예회장의 선임안만 반대했으며, 세방전지에서는 이 명예회장과 아들 이 회장의 선임안을 모두 반대했다.


세방전지 기업가치 제고안. (그래픽=신규섭 기자)

국민연금은 오너일가의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 의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아울러 이 회장이 계열사 재직 당시 명백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도 반대 사유로 제시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상정된 이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에도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방의 경우 이 회장 선임안 반대율은 15.1%였으며, 세방전지는 13.3%로 나타났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국민연금이 과거 이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에는 별다른 제동을 걸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방전지는 2023년 이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 사유로 "전문회계법인에서 투자유치 및 기업인수 자문 업무를 수행하며 기업가치평가 분야의 전문성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초년생 오너3세에게 전문성이라는 명분이 부여된 만큼 주주 반발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 부친에 비해 계열사 겸직 현황이 많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 경영권 독식 우려…'밸류업' 세방전지 떠나고, '실질 권력' 세방은 잔류


한편에서는 이 회장이 아닌, 이 전무가 세방전지 사내이사에서 빠진 이유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반대 기류 속에서 오너가 전원이 세방전지 사내이사 연임을 강행할 경우 과도한 경영권 독점에 대한 불만을 우려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오너 부자가 동시에 이사회에 참여하는 구조에 우선 변화를 주기 위한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1958년생인 이 회장이 60대 후반으로 아직 건재하다는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이 전무의 미등기임원 전환이 단순 퇴진이 아닌,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세방전지가 지난해 말 창사 처음으로 기업가치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는 등 주가 부양을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회사라는 점도 유의미한 부분이다. 세부적으로 세방전지는 ▲2028년까지 매출성장률 7% ▲배당성향 25% 설정 및 유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유지 등 구체적인 주주환원 내용을 담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놨다.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오너가의 이사회 독식 논란이 부각될 경우 사측의 밸류업 계획의 진정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짚고 넘어갈 부분은 이 전무가 그룹의 실질적 지배권을 행사하는 세방의 사내이사 자리를 수성했다는 점이다. 주주 리스크는 최소화하면서 지배구조 최상단에 집중하겠다는 오너 3세의 계산된 행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기에 더해 세방은 세방전지와 달리 구체적인 밸류업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슬하에 이 전무와 딸 이령 세방그룹 브랜드실장 전무를 두고 있다. 올 1분기 말 기준 이 전무의 세방 지분율은 1.67%이며, 이령 전무는 1주도 없다. 세방전지의 경우 이 전무가 0.02%, 이령 전무가 0.01%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령 전무는 두 회사에서 모두 미등기임원이라는 점에서 그룹 내 입지가 동생에 비해 크지 않다는 평가다.


한편, 세방그룹 관계자는 이 전무의 사내이사 퇴진과 경영권 승계에 대한 질문에 "알 수 없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원섭 세방그룹 상무. (그래픽=신규섭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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