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호 기자]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리더십이 14년이나 젊어졌다. 26년 간 이어지던 남기문 체제를 벗어나 1979년생 백인수 대표에 지휘봉을 넘기면서다. 조수봉(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1961년) 신기천(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1962년), 박기호(LB인베스트먼트·1964년) 대표 등 VC 업계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큰 형님들과 비교하면 아들 뻘이지만 막내로서 젊은 리더십을 보여줄 의지다.
하우스는 엄밀히 따지면 스마일게이트 산하의 기업형벤처캐피탈(CVC)이다. 하지만 스마일게이트인베를 CVC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이미 대형사로서 자리매김한 지 오래인데다 매주 열리는 투자심의위원회도 전문가들만 참석해 투자 방향과 하우스의 사업 전략을 논의한다. 백 대표는 이제 회의실 중앙에 앉아 독립계 VC에 가까운 운용 색깔을 이어가면서도 젊은 리더십으로 조직의 변화를 이끌 과제를 안게 됐다.
최근 만난 백인수 대표가 취임 이후 꺼내든 첫 일성은 개혁이나 수술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대표가 바뀌었다고 갑자기 회사를 흔들 생각은 없다"고 했다. 새 대표가 왔으니 조직도를 새로 그리고 분위기를 크게 바꿀 법도 하지만 '일단 가던 길을 잘 가자'에 가까웠다. 그는 "대표이사가 바뀐 것 자체가 이미 큰 변화"라며 "여기서 더 흔들면 구성원들이 불안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 선장이 왔다고 배 안의 가구부터 전부 옮길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백인수 대표는 하우스에서 15년을 보낸 내부 출신이다. 회사가 중대형 VC로 커가는 과정에서 성장했고 투자도 건별로 스토리를 꿰는 실무자다. 취임의 변이 거창한 선언보다는 현실적인 당부에 가까운 것도 이 때문이다. 그의 고민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만의 색깔이었다. 백 대표는 "한국 대형 VC들은 전략이 비슷비슷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화두를 꺼냈다.
그가 찾은 답은 이미 갖고 있는 퍼즐 조각을 맞추는 일이다. 하우스만의 고유 강점으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오렌지플래닛과 초기 투자팀, 미국 법인 등이다. 백 대표는 "따로 보면 각각의 기능이지만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며 "초기 때 좋은 팀을 만나고 성장하면 스케일업을 돕고, 해외로 나갈 때는 미국 법인까지 붙여주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쉽게 표현하면 스타트업 성장 동행 패키지를 제공하고 싶다는 의미다.
백인수 대표는 스타트업의 생애 전주기 지원 구상이 실제 포트폴리오 경험에 기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뷰노와 마이리얼트립을 예로 들면서 "창업 초부터 우리와 만나 지금까지 성장한 회사들이라 제게도 각별하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스마일게이트인베가 장기간 지켜본 포트폴리오로 투자 이후 성장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이 후속 투자와 지원 전략의 기반이 되고 있다.
뷰노의 경우 국내 의료 AI 시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백 대표는 "인허가와 현지 네트워크 등 해외 진출 과정에서 얻은 시행착오가 후속 의료기기 기업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마이리얼트립은 구성원이 4명일 때부터 투자하며 13년을 동행했다"며 "코로나19 위기를 넘긴 뒤 성장세를 회복하며 하우스의 대표적인 장기 투자 사례로 남았다"고 설명했다.
백인수의 투자 철학도 동행이라는 키워드에 수렴한다. 그는 "이미 이익이 잘 나는 기업보다, 큰 문제를 풀기 위해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기업에 VC 자금이 필요하다"며 "전에는 이익이 많이 나는 회사를 좋아했지만 지금 VC의 스위트스팟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VC의 역할은 좀더 위험하고, 더 오래 걸리고, 그래서 더 외로운 구간에 있다"며 "주니어 시절에는 투자 후 1~2년 안에 성과가 나길 바라는 마음이 컸지만 경험이 쌓이다보니 스타트업 대표는 사업을 365일 고민하는 사람인데 몇 마디 조언한다고 갑자기 회사가 바뀌지는 않더라"고 술회했다. 중요한 문제를 맞는 방향으로 풀고 있다면 속도가 조금 느려도 기다리고 지원하는 쪽이 맞다는 생각이다.
이런 맥락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심사역들의 역량이다. 백인수 대표는 "회사를 이끄는 리더로서의 귄위의식이나 무게감은 내려놓기로 했다"며 "대신 대표든 주니어든 심사역으로서는 동일하게 의견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사람 때문에 투자 방향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저도 한 표를 행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백인수의 시대는 요란한 출발보다는 '조용한 정비'에 가깝고 회사는 흔들지 않되 색깔은 더 또렷하게 만들어져 가고 있다.
◆벤처캐피탈리스트 백인수 약력
학력 : 서강대 전자공학 학사, 서울대학교 경영학 석사, 성균관대학교 기술경영학 박사
주요 경력 : 삼성전자 반도체 디자인 엔지니어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 2011년 입사해 2026년 4월 대표이사 취임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 : 마이리얼트립, 뷰노, 피알앤디컴퍼니, 휴이노, 엔츠 등
기타 : 형님 리더십이 아닌 FM 스타일. 공정한 기회 제공하며 심사역 역량 끌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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