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모험자본의 역할이 커지며 벤처투자 시장에도 새로운 기대가 모이고 있다. 다만 시장의 마중물이 되는 출자 규모가 확대될수록 대형 운용사로의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정책·민간자금 유치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운용자금을 총괄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존재감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유력 벤처캐피탈리스트를 조명한다.
[딜사이트 김현호 기자]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40년 가까운 벤처투자 경력과 펀딩, 투자, 회수를 두루 경험한 정통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평가된다. 1964년생인 그는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KB창업투자에 입사하며 벤처캐피탈 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현대전자와 스틱인베스트먼트를 거치며 투자 경험을 쌓았고 2003년 LB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한 뒤 2019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특히 65억원을 투자해 1151억원을 회수한 하이브 투자는 박 대표의 전설적인 트랙레코드로 꼽힌다.
업계에선 박 대표가 '미스터 제로'로 불린다. 이 하우스는 최근까지 14개 이상의 펀드를 청산했는데 한 차례도 손실을 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높은 변동성과 손실 위험이 큰 벤처투자 업계에서 이 같은 기록은 단순한 수익률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시장에서는 박기호 대표가 화려한 승부수보다 손실을 철저히 통제하면서도 꾸준한 성과를 쌓는 운용 능력으로 하우스의 색깔을 더 치밀하게 만들어왔다고 평가한다.
박기호 대표의 투자 철학은 초기부터 후속 투자까지 책임지는 방식으로 요약할 수 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운용자산(AUM) 규모가 비슷한 다른 곳보다 포트폴리오 수는 적지만 상장(IPO)까지 책임지는 전략으로 수익을 극대화해 왔다. 이 전략이 가장 선명하게 증명된 분야가 게임이다. LB인베스트먼트는 국내 대표 게임사로 꼽히는 넥슨과 카카오게임스에 60억원, 50억원을 투자해 각각 멀티플 5배, 10배를 올렸고 펄어비스에도 50억원을 투입해 780억원을 회수했다. 시장의 유행을 쫓기보다 산업에 대한 이해를 먼저 쌓고 해당 섹터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기업에 과감히 베팅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내부 운영 방식도 투자 철학과 맞닿아 있다. LB는 별도 회수팀을 두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심사역이 딜 발굴과 투자 및 회수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구조다.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클 수도 있지만 심사역이 투자 결과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도록 한다는 점에서 조직 문화 전반이 성과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기호 대표 개인의 존재감도 여전하다. 그는 매주 직원회의와 임원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빈번하게 스타트업 대표들과도 오찬을 이어갈 정도로 경영 일선에서 활발히 일하고 있다. 장기간 업계에 몸담은 프로페셔널로 업계에서는 원로에 가깝지만 여전히 시장과 조직을 동시에 관리하고 있다. 실력이나 감이 떨어지면 곧바로 도태되는 투자 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인물이다.
다만 지난해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점은 개인적으로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VC 업계 영향력과 별개로 세대교체 흐름과 변화한 표심이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VC협회장 선거는 사상 첫 경선으로 치러졌다. 박기호 대표와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 김학균 퀀텀벤처스 대표 등 4명이 후보로 나섰고 세대교체론이 득세하면서 가장 젊은 1972년생의 김학균 대표가 협회장에 선출됐다. 당초 업계에서는 오랜 VC 경력과 대형 하우스를 이끄는 영향력을 앞세운 박기호 대표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았다. 연세대 경제학과 직속 후배인 김창규 대표의 지원도 박 대표에게 힘을 보탤 변수로 거론됐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다른 낙선이었다.
결과적으로 지난 VC협회장 선거는 주류 교체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동안 국내 VC업계는 1960년대생, SKY 출신 인사들이 주도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전임 회장인 경북대 출신의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에 이어 1972년생 김학균 대표까지 전면에 나서면서 기존 주류 문법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났다. 60년대생 중심의 질서와 70년대생 리더십의 부상, 나아가 학연과 세대를 축으로 한 기존 구도의 균열을 드러낸 사건으로 해석된다.
◆ 벤처캐피탈리스트 박기호 약력
학력: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1964년생)
주요 경력: KB창업투자, 현대전자, 스틱인베스트먼트
40년 경력의 벤처캐피탈리스트 : 다양한 스타트업 및 기술 기업 투자 경험 보유
LB인베스트먼트(2003년 ~ 현재)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 : 하이브,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등
기타 : 손실 통제형 운용, 초기부터 IPO까지 책임지는 투자 철학을 바탕으로 하우스의 색깔과 성과를 만들어 인물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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