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부동산 개발업체 알비디케이(RBDK)가 2년 연속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며 존속 가능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재무구조 악화가 심화된 가운데 인력 구조조정과 사업 축소까지 겹치며 사실상 법인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RBDK는 지난해 연결 기준 76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2.5% 확대된 적자다. 이는 최근 2년간 RBDK의 사업보고서가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을 받지 못한 만큼 내부적으로 작성된 실적이다.
RBDK는 지난 2022년 859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냈으나 이후 적자전환해 2023년 749억원, 2024년 622억원 등 3년 연속 순손실을 이어갔다. 지난 2021년 이후 최근 5년간 RBDK의 누적 순손실은 160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말 기준 RBDK의 자산은 5655억원, 부채는 6794억원으로 부채가 자산을 1139억원 초과했다. 이에 따라 자본총계는 마이너스(–)1139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유동성도 경색됐다. 지난해말 기준 유동자산은 5543억원, 유동부채 5597억원을 기록하며 단기 상환능력이 크게 저하된 상황이다. 이마저 유동자산 가운데 4584억원이 재고자산으로, 유동화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이 같은 재무 악화는 감사의견에도 직격탄이 됐다. 외부감사를 맡은 도담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인 의문이 존재한다"며 "필요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감사의견을 표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미로 사실상 가장 강도 높은 부정적 의견에 해당한다.
특히 감사인은 RBDK의 향후 자금조달과 부채상환 계획이나 경영개선 방안의 실현 가능성에 따라 존속 여부가 좌우될 수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합리적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RBDK는 이미 지난해 2024년 결산 감사보고서를 법정 제출기한(3월말)을 5개월 이상 넘긴 지난해 9월에야 제출한 바 있다. 또 2024년의 경우 감사보고서만 제출하고 연결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내부통제와 회계투명성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
사업 측면에서도 위기 징후는 뚜렷하다. 지난해 회사는 한때 150명에 달했던 인력을 한자릿수로 대폭 축소했다. 사실상 조직 유지 수준의 최소 인력만 남긴 셈이다. 이는 신규 사업 추진보다는 기존 프로젝트 정리와 비용 축소에 방점이 찍힌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적 악화의 배경에는 '라피아노 용인 공세' 등 주요 분양사업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해당 사업장은 분양성과가 부진해 미수금 증가와 대손충당금 확대로 이어졌고 이는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실제로 RBDK는 지난해 대손상각비 77억원, 계약해지손실 25억원을 인식했다.
차입 부담도 상당하다. 단기차입금과 유동성 장기차입금 등을 포함한 금융부채 규모는 5034억원이다. 자본잠식과 영업손실 상태에서 대규모 금융부채를 보유한 셈이다. 특히 이 가운데 1년 내 상환기한이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이 3314억원에 달해 유동성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다.
차입금으로 인한 RBDK의 지난해 이자비용은 전년보다 6.5% 증가한 455억원에 달한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88억원으로 전년보다는 275억원 개선됐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RBDK는 과거 공격적인 개발사업을 통해 빠르게 외형을 키웠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환경 변화와 리스크 관리 실패가 겹치며 2024년부터는 우량 사업장을 잇따라 매각했다. 현재 '에테르노 용산', '강남 르메르디앙 부지 개발', '수원시 고등지구 C-2블록 오피스텔 개발' 등의 사업장이 리파이낸싱 실패와 기한이익 상실로 RBDK의 손을 떠났다.
RBDK는 최대주주인 김병석 회장이 회사 지분 90%를 보유한 1인 지배구조다. 김 회장은 현재 한국디벨로퍼협회(전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협회가 진행한 20주년 기념 행사의 기부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일각에선 개인 재무와 법인 재무를 분리해 법인은 정리하고 리스크를 차단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개발업계에서는 프로젝트 실패 시 법인을 정리하고 신규 법인을 통해 사업을 재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RBDK는 10억원의 매도가능증권, 20억원의 장기대여금, 10억원의 단기대여금 등 각종 자산을 처분했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감사의견 거절까지 이어진 경우 정상적인 금융 조달이나 사업 지속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대주주가 금전적 여력이 있는 경우 기존 법인을 청산하고 신규 법인을 세우는 사례가 종종 나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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