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는 모험자본의 역할을 강조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기조에 맞춰 기업형 벤처캐피탈(CVC)들도 한 단계 성장할 전망이다. CVC가 그룹의 전략투자 플랫폼으로 실제 기능하고 있는 지와 투자 집행 후 실제 대기업과의 협업이나 현실 사업화, 투자금 회수의 실질적인 흐름을 만들어 내는가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현호 기자] CJ인베스트먼트는 2022년 CJ그룹이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해 출범시킨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이다. 당시 CJ는 오너 3세인 이선호 CJ 미래기획실장에게 쏟아지던 승계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약 220억원을 투자했다. 타임와이즈가 이 실장이 대주주로 있던 씨앤아이레저산업의 자회사였던 만큼 출자금을 몰아 관리보수를 키우고 그 수혜가 최종적으로 이 실장에게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제2벤처붐 조성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이재현 회장이 CVC 설립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CJ는 CJ인베를 설립하면서 5년간 4000억원을 신규 출자하겠다고 밝혔다. 컬처(Culture), 웰니스(Wellness) 등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스타트업과 전략적 접점을 넓히겠다는 계산이었다. 대주주 변경 이후 운용자산(AUM)도 크게 늘었다. CJ인베는 CJ에 인수된 2022년 8월 이후 모두 6개의 벤처펀드를 결성했다. 200억원의 뉴미디어테크펀드를 시작으로 ▲씨제이이노베이션펀드(300억원) ▲신한-씨제이 기술혁신펀드 제1호(200억원) ▲케이비-씨제이 벤처펀드 제1호(150억원) ▲프론티어 랩스 펀드 제2호(51억원)와 이번 달에는 400억원의 블라인드 펀드를 신규 조성했다. 모두 제일제당과 대한통운 등 CJ 계열사 자금을 바탕으로 결성됐다.
하우스가 지금까지 투자한 기업은 약 100여개로 이중 트래블월렛, 더네이처, 프롬바이오, 고바이오랩, 포티투닷 등은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로 꼽힌다. CJ인베는 이들 기업으로 많게는 투자 원금 대비 3~6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결성 신규 펀드를 바탕으로 CJ의 4대 성장 엔진(문화·플랫폼·건강·지속가능성)과 연계된 글로벌 스케일업 스타트업 발굴을 통해 안정적 수익 창출과 생태계 육성을 지속할 전망이다.
조직의 상징성은 미래기획실이 직속 관리하는 구조로 재편되면서 더욱 커졌다. 지난해 11월 공식 출범한 미래기획실은 미래 신수종 사업 기획 조직으로 신규 성장엔진을 발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동안 실 단위의 미래 신사업 전담 조직이 없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데다 차기 회장으로 꼽히는 이선호 실장이 수장이기에 존재감은 한층 두드러진다. 이에 CJ인베 역시 단순한 벤처투자 자회사를 넘어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CJ인베가 승계 구도의 핵심인 올리브영에 맞춰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리브영은 압도적 H&B 시장 지위와 높은 기업가치로 CJ를 물려받기 위한 이 실장의 핵심 자산으로 평가된다. 특히 신규 펀드에 120억원을 출자하며 '큰손' 역할을 맡았다. 투자 분야는 K-뷰티의 글로벌 확산세에 따라 올리브영과 유통망을 연계하는 뷰티테크, 고기능성 화장품, 개인 맞춤형 웰니스 등 관련 스타트업 발굴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이는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함으로써 승계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공개(IPO)나 지분 활용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본업 위기 속에서도 계열사들이 팔 걷고 나선 건 이 실장의 경영 입지를 다지기 위한 '전사적 역량 결집'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CJ는 내수 부진과 통상·환율 불확실성, 수익성 저하와 재무 부담이 겹치며 제일제당, 대한통운, ENM 등 주요 계열사가 잇달아 공모채 시장을 찾고 있다. 여기에 설탕·밀가루·전분당 담합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타깃이 되면서 그룹 전반의 위기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계열사가 마른 수건을 짜내 마중물을 투입한 셈인데 이는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미래기획실의 가시적 성과를 창출함으로써 이 실장의 경영 리더십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재현 회장이 하우스 설립의 씨앗을 뿌렸다면 시장의 관심은 성장 궤도에 올려놓을 이선호 실장의 역할에 쏠리고 있다. 미래기획실 직속 체제로 위상이 한층 커진 만큼 CJ인베가 단순한 벤처투자 자회사를 넘어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전략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