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부동산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 실적을 견인한 가운데, 보험 영업의 근간인 신계약 창출력은 약화되고 해약은 급증하는 등 본업 경쟁력에는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여기에 제판분리 전략의 한계와 내부통제 시스템의 연이은 실패까지 맞물리며 경영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흥국생명의 현재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올해 새롭게 시작한 김형표 대표 체제의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흥국생명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시장의 시선은 숫자보다 그 이면을 향하고 있다. 자기자본수익률(ROE), 지급여력(K-ICS·킥스)비율 등 수익성과 자본건전성 지표가 동시에 개선됐지만, 이는 본업이 아닌 대규모 자산 매각에 따른 '착시 효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올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김형표 대표이사가 이 같은 실적을 '지속 가능한 성과'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4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393억원으로 전년(1406억원) 대비 141% 증가했다. ROE는 11.63%에서 32.1%로 급등했고, 총자산수익률(0.6%→1.45%), 영업이익률(7.01%→12.44%), 운용자산이익률(4.15%→4.87%) 등 주요 수익성 지표도 일제히 개선됐다.
총자산은 지난해 23조8385억원으로 전년 대비 8345억원 증가했고, 자본총계 역시 2644억원 늘어난 1조1893억원을 기록했다. 외형과 수익성, 건전성 지표 모두 '동반 개선'된 모습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실적 개선의 배경은 명확하다. 본업이 아닌 자산 매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7193억원 규모의 광화문 본사 사옥 매각에 따른 일회성 처분이익이 반영되면서 순이익과 수익성 지표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사옥 매각은 단순히 장부상 이익 증가에만 그치지 않고 자본건전성 개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 기준 킥스비율(경과조치 후)은 203.7%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크게 상회했다. 경과조치 전 기준 역시 157.5%로 소폭 상승했다.
이는 단순한 실적 개선이 아니라 재무 전략의 결과다. 킥스 체제에서 높은 위험계수가 적용되는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면서 요구자본을 줄이고, 동시에 매각 이익을 가용자본(이익잉여금)으로 편입하는 '이중 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흥국생명은 고위험 자산을 정리해 건전성을 방어하는 동시에, 회계상 이익을 통해 수익성 지표까지 끌어올렸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실적은 '영업 성과'라기보다 '재무 전략의 산물'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사옥 매각익 발생으로 인한 이익잉여금이 증가했다"며 "사옥 유동화에 따른 재투자로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 증가와 듀레이션 확대를 위한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의사결정에는 현 경영진의 과거 역할도 반영돼 있다. 김형표 대표는 대표 선임 이전 경영기획실장으로서 사내이사를 맡아 후순위채 발행과 사옥 매각 등 주요 자본 확충 안건에 모두 찬성하며 전략 수립에 관여해 왔다.
실제 이사회는 지난해 9월 '후순위채권 차환 및 신규 발행', 10월 '신문로 사옥 매각 승인' 안건을 의결하며 자본 확충과 자산 유동화에 속도를 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일회성 자산 매각으로 만들어낸 실적이 향후 지속 가능한 이익 체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며, 그 판단의 기준은 이제 김형표 체제에 넘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IFRS17 체제에서는 실적의 질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달라졌다. 단기 처분이익이 아니라 신계약에서 창출되는 보험계약마진(CSM)이 장기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선 '팔아서 만든 실적'을 이어받은 김형표 체제가 '벌어서 만드는 구조'로 전환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옥 매각을 통한 대규모 처분이익이 단기적인 순이익과 수익성 지표를 끌어올렸지만, 이를 보험 영업 자체의 체질 개선에 따른 본질적인 이익 증가로 보기는 어렵다"며 "IFRS17 체제에서는 궁극적으로 양질의 신계약 창출을 통한 CSM 확보가 필수적이므로, 향후 본업에서의 장기적인 성장세가 진정한 이익 체력을 증명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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