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코스닥 상장사 '나무기술'이 자회사 '에스케이팩'의 상장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상장 직전 단계까지 준비를 마친 상황에서 방향을 틀었다는 점에서, 다소 이례적 결정이라는 평가다. 단순한 시장 상황 보다는 정책 리스크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나무기술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에스케이팩의 교보16호스팩과의 합병 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의했다. 나무기술 측은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와 시장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규제 강화가 사실상 '트리거'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16일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 방안을 제시하며 규제 강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그간은 사업 분리 논리만 확보되면 상장이 가능했다면, 앞으로는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 여부까지 입증해야 하는 구조로 바뀐 셈이다.
나무기술은 에스케이팩과의 사업 영역이 명확히 구분된다는 점을 내세워 상장을 추진해왔다. 나무기술은 데스크톱 가상화(VDI) 기반 스마트워크·클라우드 플랫폼 사업을, 에스케이팩은 액체·분말 충전 포장자동화 기계 제조업을 영위한다. 그러나 최근 기조에서는 단순 사업 분리만으로는 '예외 인정'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실제 현장에서도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최근 자회사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심사 기준이 과거보다 확연히 높아졌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다"며 "특히 중복상장 첫 사례가 되는 데 대한 부담이 심사단 내부에도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문제는 상장 준비가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까지 진행됐다는 점이다. 에스케이팩은 지난해 RCPS를 발행한 뒤 투자자들이 이를 보통주로 전환했고, 이어 400% 무상증자까지 단행했다. '메자닌 발행→전환청구권 행사→무상증자'로 이어지는 구조는 전형적인 IPO 직전 단계다. 그 결과 발행주식수는 100만주에서 641만주로 급증했고, 교보증권을 비롯한 벤처·핀테크 펀드들이 에스케이팩 주주로 참여했다.
이 같은 구조는 곧 FI(재무적투자자)들의 엑시트를 전제로 설계된 것이라는 점에서, 상장 철회는 단순 일정 지연 이상의 의미가 있다. 회수 시점이 늦어질 경우 투자수익률(IRR)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기술의 유동성 상황 역시 상장 재추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에스케이팩은 지난해 1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해 전량 풋옵션이 행사되면서 현금 부담이 커졌고, 사옥을 담보로 차입을 일으켜 대응했다. 에스케이팩 상장은 지분가치 현실화뿐 아니라 담보력 확대를 통한 추가 자금조달 창구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필요한 딜'에 가깝다는 평가다.
다만 상장 명분은 이전보다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무기술은 그동안 에스케이팩의 가치가 모회사 주가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상장 논리로 내세워왔다. 실제 인수 이후 주가는 장기간 부진했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5000원대로 급등하면서 '밸류 미반영' 논리는 설득력이 일부 희석된 상태다. 시장에서는 자회사 가치가 일정 부분 선반영됐거나, 최소한 상장을 통해 재평가해야 할 긴급성이 낮아졌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업계에선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자회사 상장 재개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규제·FI 이해관계·유동성 필요가 맞물린 가운데, 나무기술의 선택지가 제한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나무기술 관계자는 "올해 들어 주가가 상승한 건 에스케이팩 가치가 반영됐다기 보다, 현재 준비 중인 AI 관련 사업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상장 추진에 대한 명분이 약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자회사 상장을 결정한 이유는 (에스케이팩의) 몸집을 키운 뒤 추진하기 위함"이라며 "내년에 상장을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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