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광미 기자]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인수전에서 초반에 탈락한 2대 주주 대신증권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초 손화자 여사에 이은 2대 주주라서 동반매각으로 심지를 굳혔지만 이런저런 파열음이 나오면서 매각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우발채무가 커져 우선협상자가 매각을 포기하거나 자신들이 지분 매각을 하지 않아 거래가 깨질 경우 차후 프리미엄 없이 경영권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도 생겨났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매각을 주관하는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중국계 PEF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금융당국은 물론 최대 투자자인 국민연금의 반발을 얻고 있다. 본입찰에 한화생명보험과 흥국생명보험, 힐하우스가 참여했는데 막판에 힐하우스가 가격을 올려 최고가인 약 1조1000억원을 제시했다는 명분으로 국적도 불분명한 중국계 외자 금융사에 국내 최대 부동산 대체투자운용사를 넘기기로 한 것이다.
중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우선협상자가 되자 시장에서는 2대 주주인 대신증권이 어떤 선택을 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들이 자신들의 이지스 지분을 매각에 그대로 포함시킬지 그렇지 않을 지에 따라 전체 거래 구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이지스자산운용 매각은 지난 6월 설립자인 고(故) 김대영 회장의 배우자 손화자씨가 보유 지분을 현금화하기로 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다만 힐하우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매각 대상 지분 범위가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매각 대상 지분 규모가 최소 66.6%에서 최대 98.8%까지 열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 계약 조건을 확인하려는 재무적투자자(FI)들의 참여 여부가 논의되고 있어, 정확한 매각 대상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최대주주는 손 씨로 지분 12.40%를 보유하고 있다. 조갑주 이지스자산운용 전 대표(현 사내이사)는 본인 명의로 1.99%, 가족회사인 지에프인베스트먼트를 통해 9.9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합산하면 11.89%다.
이들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보유한 곳은 대신파이낸그룹이다. 대신그룹은 총 209만8684주, 지분율 12.39%를 확보하고 있다. 앞서 대신그룹은 지난 2023년 가이아제1호가 보유하고 있던 이지스자산운용 지분 8.2%를 인수한 바 있으며, 당시 이지스자산운용의 기업가치는 6000억원으로 책정됐다. 현재 대신증권이 9.13%, 대신에프앤아이가 3.2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대신그룹은 손 씨에 이어 가장 지분이 많은 2대 주주로, 손 씨와의 지분율 격차는 0.01%포인트에 불과하다.
이 외 주요 주주로는 ▲우미글로벌 9.08% ▲금성백조주택 8.59% ▲현대차증권 6.59% ▲한국토지신탁 5.31% ▲태영건설 5.17% ▲KB증권 4.13% 등이 있다. 손 씨와 동반매도참여권(태그얼롱)을 보유한 주주는 현대차증권과 우리은행(0.80%)이다. 기준 소액주주 지분율은 5.94%를 차지한다.
이 같은 지분 구조로 인해 업계에서는 대신그룹의 매각 참여 여부가 이번 거래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대신그룹이 매각 참여에 관심을 보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대신의 결정은 양홍석 부회장이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양 회장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딜을 깨뜨려 추후 크지 않은 프리미엄에 이지스를 사올 수도 있지만, 반대로 홀로 매각에서 빠졌다가 이른바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도 있어서다.
힐하우스 선정 이후 각종 잡음이 이어지면서 양홍석 부회장이 쉽사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매각 과정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이 위탁자산 보고서가 동의 없이 원매자들에게 제공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설정액과 평가액, 자산 관련 이슈 등이 외부로 유출됐다고 판단해 위탁자금 약 2조원 전액 회수를 검토 중이며, 자산 이관을 위한 실무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흥국생명도 본입찰에서 최고가인 1조500억원을 제시했음에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았고, 자사 입찰 가격이 외부로 유출돼 힐하우스가 가격을 높였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11일 손화자씨와 주주대표 김씨, 공동매각주간사 모건스탠리 한국 IB 대표 등 4명을 공정 입찰 방해 및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이에 대해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12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통상적인 실사 과정을 정보 유출로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추가로 국민연금을 직접 방문해 정보 제공 경위를 설명했지만, 관계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은 당초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해 내년 상반기까지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법적 공방이 불거지며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절차 자체가 흔들릴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대신그룹은 신중한 입장에서 한동안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지스가 기업가치를 실제로 1조1000억원으로 인정받아 투자금을 1.5배 이상에 회수할 수 있다면 대신증권은 지분을 팔려고 할테지만, 변수가 많아 오히려 거래가 깨지거나 대신에 (인수) 기회가 열릴 수 있다"며 "이미 이지스 매각이 연말까지 확정될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중에 대신이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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