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종학 기자] 나스닥 상장을 앞둔 스페이스 엑스(X)의 예상 기업가치가 1100조원을 넘어서며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시선은 미래에셋그룹으로 쏠리고 있다. 스페이스X의 주요 투자자로서 3년 전 4000억원이라는 자기자본을 투자한 미래에셋이 막대한 평가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투자의 야성을 강조해 온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5년 전에는 이른바 그룹이 몰락할 수도 있던 호텔 체인 거래를 체면을 구기면서까지 멈춰 세웠던 선구안이 재조명 받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이 투자한 스페이스X의 상장 이후 평가이익은 약 2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투자 당시 가치와 비교하면 약 11배 수준, 차익만 4조원에 달하는 잭팟이다. 이는 박현주 회장이 강조해 온 투자 야성론에 이정표를 세울 랜드마크 거래로 평가된다.
박 회장의 투자 스타일은 흔히 '야성'으로 표현되곤 한다. 금융은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혁신에 자본을 공급해 세상을 바꾸는 모험자본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대우증권 인수부터 현재 스페이스X까지 박 회장의 투자들을 살펴보면 단순히 공격적인 베팅이 아니라 '치명적인 손실을 피하는 냉철한 선구안'에 그 핵심이 있다는 분석이다. 박 회장은 시장의 자잘한 소음에 흔들리지 않고 거대한 기회를 포착하되, 함정이 발견되면 수천억원의 매몰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멈출 줄 아는 결단력을 발휘해왔다.
현재 스페이스X 투자 성공을 논하려면 그 직전에 있었던 2020년 '안방보험 호텔 인수 철회'를 빼놓을 수 없다. 이는 박 회장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가장 극적으로 발휘된 사례이기 때문이다.
당시 미래에셋그룹은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뉴욕 에식스 하우스 등 미국 내 최고급 호텔 15개를 약 7조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하고 7000억원의 계약금을 지불했다. 하지만 잔금 납입 직전에 미래에셋 실사팀은 치명적인 '덫'을 발견했다. 앤디 방(Andy Bang)이라는 페이퍼컴퍼니가 서류를 위조해 해당 호텔들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안방보험 측은 이를 단순 해프닝이라며 넘어가려 했지만, 박 회장은 소유권의 무결성이 보장되지 않는 자산에 고객의 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며 전격적으로 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소송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미래에셋그룹의 명성과 실리에 손실을 입히며 브랜드에도 적잖은 흠을 남겼다. 미래에셋이 실수한 빅딜을 매도자 측의 꼬투리를 잡아 해지하려 한다는 음해 공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델라웨어 법정에서 미래에셋은 소송을 승소로 이끌면서 계약금 전액과 이자까지 돌려받으며 거래를 일단락했다.
해당 계약의 파기는 결과적으로 계약상의 리스크 뿐만 아니라 투자 시기에 따른 리스크도 헤징한 사례로 꼽힌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발생으로 미국 호텔업계는 수년간 고사 위기를 겪게 된다. 만약 계약대로 딜이 마무리돼 호텔을 인수했다면 미래에셋그룹 전체가 큰 손실을 입었을 공산이 큰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소송 리스크를 두려워한 나머지 미래에셋이 관련 딜을 수행했다면 그룹 전체가 와해되거나 공중분해되는 참사가 빚어졌을 것"이라며 "이 거래를 어떤 비용을 치루고서라도 막아낸 것 또한 박현주 회장의 결단이 주효하게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안방보험이라는 대규모 덫을 피한 미래에셋은 이 당시 보존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2022년 이후 고스란히 스페이스X와 xAI 등 테크 산업에 자본을 재배치 했다. 부동산이라는 전통적 자산에서 우주와 AI라는 미래 기술로 자본을 옮겨 투자의 야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2026년 현재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미래에셋이 처음 투자할 당시보다 11배 이상 치솟으며 대우증권 인수 이후 박 회장의 투자 성공 사례로 남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은 2016년 자기자본 순위가 낮았던 미래에셋증권을 업계 1위로 올리기 위해 대우증권을 인수하며 '메가 IB'로의 체급 확장했고, 2018년에는 미국 테마형 ETF 전문 운용사인 글로벌X(Global X)를 선제적으로 인수해 글로벌 운용사로 그룹의 DNA를 바꿨다"며 "안방보험을 피하고 스페이스X 투자에 성공하며 다시금 투자의 야성을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