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부국장] 최근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경제 뉴스 가운데 하나가 금 가격이다. 금값이 이달 12일 장중 온스당 4600달러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에서 주로 쓰는 단위로 환산하면 1돈(3.75g)당 가격이 81만원을 넘었다.
그런데 장면이 묘하다.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은 상승세다. 사람들은 위험자산 랠리에 환호한다. 그 와중에 안전자산의 대표격인 금까지 오른다. 위험자산의 대표 주식과 안전자산의 대표인 금이 함께 오르는 것이다.
이 동시 상승은 시장이 한 번에 두 가지를 산다는 뜻일 수 있다. 주식에서는 '미래 수익'을 산다. 금에서는 '불확실성에 대한 보험'을 산다. 기대와 불안이 함께 커졌다는 것이다.
특히 금은 이자도 배당도 없다. 그럼에도 금을 자산으로 보유하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최근 금값 상승이 단순히 인플레이션으로만 설명되기 어려운 이유다. 시장은 금 가격을 "세상이 덜 믿음직해졌다"는 신호로 읽는 듯하다.
여기서 핵심 키워드는 신뢰다. 신뢰는 평소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대신 경제는 신뢰를 '가격'으로 바꿔 보여준다. 개인에게 그 가격표는 대출금리다. 신뢰가 높으면 더 싸게 빌릴 수 있다. 신뢰가 낮으면 더 비싸게 빌린다. 기업도 다르지 않다. 회사채 금리는 기업 신뢰의 가격표다. 신용등급이 흔들리면 조달금리가 먼저 뛴다.
주가로 시선을 돌리면 신뢰의 민감도가 더 커진다. 주가는 '미래에 대한 믿음'이 오늘 가격으로 압축된 결과다.
이 신뢰의 문제가 이제 인공지능(AI)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인다. AI 열풍 한가운데 있는 오픈AI의 '챗GPT(ChatGPT)'가 조만간 광고를 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막대한 연산비용이 들어가는 AI 서비스 구조를 고려하면 수익모델 강화는 자연스러운 선택지다.
관심은 '어떻게'다. 챗GPT가 광고를 자연스럽게 접목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1조 달러(1300조원)에 이르는 글로벌 디지털 광고 시장에 대화형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광고를 품는 순간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여기에는 딜레마가 있다. 사용자는 '최선의 답'을 기대한다. 플랫폼은 '광고 노출'로 수익을 내야 한다. 두 가치가 충돌하면 의심이 생긴다. "이 답변이 진짜로 나를 위한 걸까?"라는 질문이다.
챗GPT가 제공하는 것이 단순 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질문은 더욱 중요하다. 사람들은 "어느 게 더 나아?"라고 묻는다. 정보가 아니라 판단을 부탁한다. 그래서 챗GPT의 핵심 자산은 기술과 성능만이 아니다. 결국 "믿고 맡길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된다.
따라서 오픈AI가 광고 시장에 안착하려면 신뢰의 가치를 지키는 장치가 필요하다. 과거 검색 서비스도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네이버가 검색에 광고를 넣을 때 이용자 반발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광고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진 배경에는 표시·구분·운영정책을 정교하게 다듬어 균형을 잡아온 과정이 있다.
이제 같은 숙제가 챗GPT에 던져졌다. 방향은 분명한 듯하다. 추천에는 기준과 근거가 있어야 한다. 스폰서가 개입하면 그 사실이 드러나야 한다. 대화의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답변의 독립성을 의심받지 않는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
그 적정선을 찾는 성공 여부는 디지털 생태계의 다음 변화를 좌우할 수 있다. 정보 탐색의 패러다임이 '검색'에서 '대화형 추천'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환이 완성되는 순간, 신뢰는 다시 한 번 가장 비싼 자산으로 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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